"「모래」통해 링간 드라마 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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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모래화가」로 알려진 재일화가 김창영씨(35·동경 예전대 강사)가 잠시 귀국해 개인전을 20일까지 갤러리 현대(734-6111)에서 열고 있다. 지난 10년 간의 작업결과를 고국에 첫선 보이는 보고전이다. 한일갤러리기획.
김씨는 이번 전시회에 가로·세로 45cm, 높이1백90cm크기의 네모진 아크릴 통 28개로 이뤄진 대형 설치작품을 비롯해 캔버스·광목·멍석 등을 바탕으로 한 평면작품 등『Sand Play』연작 30여 점을 출품했다.
『제 작품은 모래가 가진 물성과, 인간행위의 흔적을 극 사실적으로 표현한 회화와의 접목을 통해 이뤄진 것입니다. 미술의 현대성과 고전 성을 함께 담아 낸 것이지요.』
김씨는 실제의 모래를 바탕으로 모래밭 위에 남겨진 발자국이나 손 움직임의 흔적등을 극 사실적으로 표현해냄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진짜 모래흔적인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유화물감으로 정밀하게 그려진 것임을 알 수 있다. 환각적 시각효과를 이용한 일종의 「속임 그림」(트롱프뢰유)기법이다. 그는 이를 통해 허상과 실체의 관계를 회화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씨는 80년대 초에는 모래밭 위의 발자국을 주로 그렸다. 그는 이 같은 기법의 작품『발자국 806』으로 지난 80년 제3회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획의 흔적을 등장시킴으로써 정신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인간드라마의 회상과 은유가 담겨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모래는 꼭 한국에서 가져다 씁니다. 애국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본모래로는 작업이 잘 되지 않습니다. 재료에도 제 정서와 무의식이 스며 들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지난 82년「동양을 폭넓게 알고싶어」일본에 건너가 숱한 역경을 겪은뒤 지난 87년 현대일본미술전 2등 상 수상을 계기로 주요작가로 급부상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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