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푸른 창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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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17면

사진 구본창

부모의 반대를 무릅쓴 연인들이 태초 이래 드나든 곳.
창 밖의 남자가 등 돌리고 떠나갔습니다.
떠나가면서도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귀 기울였습니다.
창 안의 여자가 이를 악물었습니다. 악물면서 커튼 뒤에서 흐느꼈습니다.
한때 우주의 전부였던 연인. 그때 나는 세포 크기의 나노 로봇이었더랍니다.
가슴을 열면 창문 하나 있어, 연인의 내장 속을 헤엄쳤더랍니다.
이마에도 창문 하나 있어, 연인의 뇌 속을 헤매였더랍니다.
그것으로 끝이었는데 왜 창문을 열어 놓으셨는지요.
삶의 너머와 안쪽에 대해 여전히 바라보고 계신지요.
연인이여, 숨은 쉬면서 살고 계신지요.
나의 이마와 가슴에 창문 하나 달아놓을 차례입니다.
바다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창문, 하늘을 풀었다 묶었다 하는 창문.
속이 환합니다, 숨통이 트입니다. 푸른 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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