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아이에게 좋은 엄마 되려면 '릴리스 콤플렉스' 털어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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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엄마의 마음 자세가 아이의 인생을 결정한다.
한스 요아힘 마츠 지음, 이미옥 옮김, 참솔, 292쪽, 9700원

아담의 첫 번째 아내가 '릴리스'라고? 유대교 경전에 따르면 릴리스는 아이 낳기를 거부하고 에덴을 뛰쳐나간 인류 최초의 여성이었다. 반면 이브는 아담에게 복종하고 출산과 육아를 담당했다. 이브를 숭배하는 문화 때문에 여성은 자신 속에 존재하는 릴리스를 억압하고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게 되었다.

정신분석가인 저자가 말하는 '릴리스 콤플렉스'다. 그는 숱한 심리상담을 통해 릴리스 콤플렉스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없으면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너 때문에 분통이 터져!" 등등. 이는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하는 모성애 장애의 한 증상이다.

이런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본연의 생동감과 개성을 잃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찾아 떠돌게 된다. 폭음.섭식장애.우울증.폭력.자살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반면 릴리스 콤플렉스를 극복한 어머니에게서 건강하게 성장한 아이는 자신만의 자아가 있음을 인식한다. 또 어머니에게도 문제와 고민이 있다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욕망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작가는 릴리스와 이브를 결합해 '참 모성'을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나아가 "여자로서 아내로서 이기적인 인간으로서 살고 싶은" 여성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된 모성애를 베푸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자녀가 결국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작가의 따뜻한 바람이 묻어난다. '여자'이며 동시에 '어머니'인 모든 여성에게 권한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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