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판소리 「왈자타령」 찾았다|원광대 박순호교수 소장 책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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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실전(부전)된 것으로 알려진 판소리 열두마당 가운데 하나인 「무숙이타령」(왈자타령)의 사설(사설) 정착본(판소리 사설을 옮겨 적은 것)이 발표돼 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있다.
판소리 열두마당 가운데 「춘향가」「심청가」「흥보가」「적벽가」「수궁가」등 다섯마당은 조선조말 고창의 신재효선생이 정리해 전창(전창)되고 있는데 「변강쇠타령」「왈자타령」「강릉매화타령」「배비장타령」「장끼타령」「옹고집타령」「가짜신선타령」등 일곱마당은 창극·마당극에서 한대목씩 불려질뿐 창본이 실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조선 철종∼고종대에 걸쳐 판소리로 이름을 떨친 김정근을 마지막으로 실전된것으로 알려진 「무숙이타령」이 원광대박물관장 박순호교수(49·전북문화재전문위원)가 소장하고 있는 「계우사」란 제목의 책속에 전체가 필사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학계의 관심은 물론 국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가로 16cm, 세로 25.7cm의 국문필사본은 모두 44장 88페이지로 되어있는데 23, 24, 40, 41장이 약간 파손됐으나 전체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지장은 없다.
붓으로 쓰인 이 작품의 필사연대는 곁지와 속지에 각각 경인(경인)윤2월이라 쓰여있어 1890년(이해 2월이윤달이었음)임을 알수있었고 작품의 성립 연대는 1860년대로 추정된다고 박교수는 말했다. 줄거리는 조선조성종대왕 원년에 서울에사는 대방왈자 김무숙이 허랑방탕한 생활로 갑부소리를 듣던 많은 살림을 탕진하자 평양기생 「의양」이 친구들과 꾀를 내 개과천선시킨다는 내용으로 돼있다. 이 필사본은 판소리 열두마당가운데 하나로서의 가치외에도 19세기 서울의 시정과 유흥계 주변 실상을 파악할수 있는 자료로서도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북도립국악원 연구원 유장영씨는 「무숙이타령」이 옛날에 불려졌던 창본이라면 판소리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서형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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