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금 개각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이 개각을 예고한 상황에서 각료들의 '탈출'이 잇따르고 있다.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에 이어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17일 청와대와 총리실에 사표를 제출, 최근에만 두 명의 각료가 스스로 보따리를 쌌다.

지금 추세로는 추가로 사표를 제출할 장관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이미 '몇명'(복수)의 장관이 盧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해 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같이 대통령이 장관을 경질하지 않고 본인이 사의를 표명한 뒤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과거의 장관 교체 스타일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정부까지만 해도 장관 교체는 대부분 경질 인사로 이뤄졌다. 장관 교체 형식이 과거와 대조적으로 변한 것은 아무래도 총선 변수 때문인 듯하다.

이날 사의를 표명한 尹부총리는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대구에서 출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사퇴한 윤진식 전 장관도 고향 출마설(충북 충주)이 나온다. 장관들로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아무래도 '잘려서' 낙향하는 것보다 모양이 좋을 수 있다.

盧대통령 입장에서도 장관들이 자진 사퇴하는 것이 본인이 경질하는 것보다 덜 부담스러울 듯하다. 웬만하면 2년 정도를 장관 임기로 보장해 주겠다던 盧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장관들이 자기 의지로 물러나는 게 강제로 총선에 '차출'하는 것보다 시빗거리를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관들이 각개로 사표를 제출하는 바람에 그러잖아도 소폭으로 예고된 연말 개각의 모양이 헝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찔끔 개각'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분위기 쇄신의 효과는 이미 없어진거나 다름없다는 얘기도 있다.

정찬용 보좌관은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아예 개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