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프로야구 이대로 가면 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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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보다 관중 수가 14% 늘었다고 안도할 때가 아니다.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영화.게임 등 다른 레저산업의 성장은 매우 위협적이다. 한국 최고의 스포츠라는 자만심을 버려라. 팬 중심으로 의식을 바꿔라…."

17일 경기도 용인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프로야구 '윈터미팅'에 참석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의 단장 이하 프런트 직원 등 2백여명에게 '쓴소리'가 마구 쏟아졌다.

초청강사인 서울대 체육학과 강준호 교수의 '한국 프로야구의 위기와 도전'이라는 강의에서였다. 이르면 5년 내 야구로 밥 먹고 살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강교수의 지적에 80분간의 강의시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강교수는 한국 프로야구가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여러가지 분석자료를 이용해 설명해 나갔다. 단적인 예로 프로야구 관중 한명에 대한 입장 수입이 올해 3천5백50원(관중수 2백70만명/입장수입 96억원)으로 지난해 3천6백70원(관중수 2백39만명/입장수입 87억원)보다 줄었다는 것을 들었다.

주주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모(母)기업 입장에서는 매년 1백억~2백억원의 돈을 투자하고도 적자가 계속 늘어나는 야구단 운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강교수는 결국 야구라는 '상품'을 팬의 눈에서 바라보도록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했다.

이때 A구단 관계자가 "국내 팬은 구단 상품을 사지 않는다"고 푸념하자 강교수는 "팬이 특정 기업의 로고가 크게 박힌 옷을 입고 '이 팀이 내것'이라고 생각하겠느냐. 팀 이름부터 구단 중심에서 탈피하라"고 되받았다.

용인=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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