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운전 판친다/“달리는 흉기” 곳곳서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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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험낙방자들 “연습삼아”/젊은이·주부들 차부터 사 몰기도/올 1∼3월 8천9백명 적발/사고·위반없을땐 찾아낼길 없어
운전면허도 없는 사람들이 차를 몰고 거리를 질주한다. 승용차 소유가 일반화돼 누구에게나 운전할 수 있는 기회가 늘지만 운전면허시험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져 면허시험 탈락자가 엄청나게 누적되면서 시험에 합격하기도 전에 차부터 사거나 『면허는 없지만 학원에 다녀 운전할 줄 안다』고 가족·친구들의 차를 몰고다니다 적발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무면허운전은 각종 사고·차량정체의 원인일 뿐 아니라 사고가 나도 보험적용이 안되고 뺑소니사고의 원인이 되는 등 갖가지 문제를 안고 있으나 현실적으론 적발·방지가 어려운 실정이어서 종합적 대책이 시급하다.
◇사례=24일 새벽 서울 양화대교 앞에서 면허없이 승용차를 몰고가다 경찰에 붙잡힌 김모씨(32·여·미용사·서울 당산동)는 『면허시험을 신청한 직후인 3월초 할부로 차를 미리 구입했다』며 『주행시험에 두번이나 떨어진뒤 운전할줄 아는데 차만 썩이기 아까워 연습도 할겸 몰고다녔다』고 말했다.
면허실기시험에 떨어진 권모군(19·M대 1·서울 신대방동)은 운전연습한다며 형의 차를 몰고 다니다 집근처에서 전봇대를 들이받아 18일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무면허 운전자는 지난해 1∼3월사이 5천9백15명에서 올해 같은기간엔 무려 50% 이상 늘어난 8천9백33명이 적발되는 등 급증추세다. 이같은 무면허운전중에는 면허취소·정지 등 당초 면허를 가졌던 사람도 들어있으나 절반 정도는 면허를 아예 못딴 「신출내기」라고 경찰은 밝혔다.
특히 사고를 내거나 신호위반을 하지않는 경우 면허증 여부를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무면허 운전자는 적발된 숫자의 최소한 10배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경찰은 보험에 들지않은 것으로 추산되는 30여만대 차량중 적어도 5만여대가 면허없이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원인=운전면허시험 합격자는 최근 1천만명을 넘었을 정도로 면허소지가 일반화되고 있지만 면허를 따려는 「시험대기자」의 숫자도 못지않게 증가,1천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탈락률도 전국적으로 60%를 웃도는 등 적체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남들도 차가 있으니 무조건 차를 사고보자』『운전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잘못된 풍조까지 겹쳐 자살운전과 마찬가지인 무면허 운전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점=무면허 운전자에 대한 적발은 운전자가 사고를 내거나 위반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며 적발된다해도 1년간 면허취득이 금지되는 정도의 가벼운 처벌을 받을 뿐이다.
김경부 서울 강서면허시험장장은 『특히 젊은층·주부들 중에서 차부터 산뒤 시험에 여러번 떨어지자 그대로 몰고다니는 경우가 많다』며 『흔히들 운전을 잘하는 사람도 면허시험에 떨어진다든지,운전과 면허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봉화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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