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사회변동』심포지엄|중앙일보사 한국사회학회|남-반공·북-「주체」체제로|『북한 사회주의 건설』 <김귀옥·서울대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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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전쟁은 북한이 주체형의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을 급격하게 진전시킬 수 있는 촉진변수로 작용했다. 전시의 엄청난 인적·물적 파괴라고 하는 객관적 요인, 전시 강화된 당의 인민에 대한지도와 인민대중의 혁명적 열의라고 하는 주체적 요인, 분단 고착화 후 구체화된 반미·반제의식과 같은 사상 의식적 요인 등이 결합해 「사상에서 주체」 「정치에서 자주」「경제에서 자립」「국방에서 자위」를 목표로 한 북한 식 사회주의건설을 급격히 촉진시켰다.
북한측은 개 전 직후인 50년 6월 29일부터 미B29기가 평양을 폭격하기 시작했으며 전쟁 중 무차별 공중폭격과 동서 양쪽에서의 함포 사격으로 북한전역이 완전히 초토화됐다고 주장한다.
살아남은 북한주민들은 굴속에서 생활해야 했고 갱도에 있는 공장과 공공 사무실만 남은 그야말로 원시상태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특히 그들은 40여 일에 걸친 미군 및 유엔군의 북한지역 수복시기에 미군에 의해 이루어진 북한사회의 인적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미 육군성이 작성한 「정치적 교정」이란 북한점령정책구상아래 북한전역에 걸쳐 12만 명 이상이 죽었으며 전쟁기간 중 총 2백만 명 이상의 북한 민간인이 희생됐다고 한다.
이 같은 미군의 전쟁 행위는 북한이 미국을 「철천지 원쑤」로 인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또 노동당의지도와 배려에 대해 절대적인 신심을 갖게 만드는 반작용도 낳았다.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 위에서 북한은 유일하게 가진 인간의 힘, 즉 당의 지도와 인민대중의 열의로만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을 계속해야 했다. 전쟁시기 강화된 당과 인민과의 결합을 북한은 전후 더욱 강화했다.
이러한 결합은 당과 인민을 「수령」과 「주체사상」을 중심으로 통일·단결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도의 측면을 강조하는 「수령론」(나아가 「후계자론」)과 인민의 결합을 강조하는 「혁명적 군중노선」은 북한 식 사회주의의 독특한 원리로 동전의 양면이 되고 있다.
김정일 후계체제가 확립되고 있는 오늘에도 이러한 북한의 사회운영원리는 수령-당-대중의 전일적 체계를 토대로 한 「사회 정치적 생명체론」으로 까지 발전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전쟁의 경험을 살려 강력한 당의 지도, 인민대중의 혁명적 열의를 바탕으로 반미의식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주체형 사회주의를 건설한 것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함께 북한에도 현재 자본주의적 충격이 몰려오고 있다.
자본주의적 충격을 극복할 방안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추구해왔던 4자 노선에 입각한 주체형 사회주의는 지탱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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