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초단 한상훈, 4강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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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8강전 하이라이트>

○ . 조한승 9단 ● .한상훈 초단

장면도(130~144)=조한승 9단이 고심 끝에 찾아낸 팻감은 130. 검토실에선 '작다'고 하는데 조 9단의 얼굴은 크게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다. 한상훈 초단은 즉각 131로 해소한다. 자신감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패였으나 생각보다 작은 대가를 치르게 되자 날아갈 듯한 기분이 된다. '이젠 이겼다'고 생각하며 그는 크게 한숨을 내쉰다.

132로 빠져나와 귀의 임자가 바뀌었다. 그런데 133으로 막았을 때 여태껏 평온하던 조한승의 안색이 갑자기 홍시감처럼 붉게 달아오른다. 무슨 일인가. 설마 133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 대목에 조 9단의 착각이 숨어 있었다. 그는 흑이 막지 못한다고 봤다. 막는다면 '참고도1'처럼 백1, 3으로 나가 끊어 흑이 크게 망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흑엔 '참고도2' 흑4로 비키는 수가 있었고 조한승도 뒤늦게 이 수를 봤다.

쉬운 수였으나 자책감과 후회(조한승은 결정타가 될 수도 있었던 중앙 흑대마에 대한 공격 타이밍을 놓쳐 좋은 팻감을 찾아낼 수 없었다)가 착각을 유발한 것이다.

차이는 벌어졌다. 그러나 이때부터 분노(?)한 조한승은 비로소 혼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추격에 나섰고, 144의 패로 우하 흑을 함몰시키며 턱밑까지 따라붙는다. 초단들이 강하다지만 실력은 역시 조한승이 한수 위였다. 그러나 그의 눈부신 추격은 끝내 '1집반 패배'로 마무리된다. 눈을 부릅떴을 때는 이미 때가 너무 늦었던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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