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살 됐어도 우리 어머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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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분(右)씨가 거동을 못하는 친정어머니 송옥병씨의 손을 주물러 주고 있다.

교통사고로 손발을 못 쓰는 90대 어머니의 병 수발을 하는 '칠순 효녀' 강옥분(71.충북 영동군 용화면 용화리)씨. 어버이날인 8일 효행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는 강씨는 "젊은 나이에 혼자 돼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오신 어머니의 병 수발은 자식으로 당연한데 이렇게 큰 상을 주니 부끄럽다"고 말했다.

강씨가 어머니 송옥병(93)씨의 대소변을 받아내기 시작한 것은 1997년. 그는 96년 남편이 갑자기 중풍으로 세상을 떠나자 자녀(4남2녀)의 교육 등 생계를 위해 시골 동네에 20여 평 남짓한 식당을 차렸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남편과 사별한 지 1년도 안 돼 친정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병상에 눕게 됐다.

딸만 셋을 둔 어머니 간호는 당연히 맏딸인 강씨 몫이었다. 그때부터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 낮엔 식당에서 일하고 밤에는 어머니의 병 수발을 하는 고된 삶이 시작됐다. 그러나 원망 한마디 없이 소화기능이 약한 어머니를 위해 매일 쌀과 야채를 섞은 죽을 쑤고, 나흘에 한 번씩 목욕시키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

강씨는 2002년 가슴이 조여 오는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은 결과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어머니 병 수발 때문에 수술을 미루고 한꺼번에 수십 알씩 먹는 약의 힘을 빌려 생활하고 있다. 자녀를 모두 결혼시킨 강씨는 식당을 그만두고 요즘 하루 종일 어머니 곁을 지킨다.

주민 김장순(62)씨는 "효행이 지극정성이어서 마을 주민들이 부러워할 정도"라고 말했다.

강씨는 "내가 열네 살 되던 해 혼자된 어머니는 평생 나와 두 여동생을 위해 온갖 궂은 일을 다하셨다"며 "호강 한번 못하고 고생만 하다가 10년 넘게 병석에 누워 있는데 아무것도 해 드릴 게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영동=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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