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룰 정면 대치 … 흔들리는 한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날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의 최고위원회의에는 일주일 넘게 회의에 불참했던 이재오.정형근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이들을 의식한 강 대표는 "4일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 간의 만남에서 좀 싸우기는 했지만 의미 있는 합의도 많았다"며 '이명박-박근혜-강재섭 회동'의 합의 내용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인생을 걸고 대의명분에 맞는 중재안을 내겠다"며 중재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당장 이 최고위원은 "대선 주자들이 사실이 아닌 걸 사실인 것처럼 말해 국민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며 "주자들은 말을 아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나는 이미 이 전 시장에게 세 번이나 양보했다"고 한 박 전 대표를 겨낭한 것이다. 강 대표의 중재 계획을 무색하게 하는 발언. 정형근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현재 상황은 노무현 대통령이 웃고, 열린우리당이 박수 치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만세를 부를 정도"라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날 오후 이 최고위원은 남대문 이회창 전 총재의 사무실도 찾았다. 40여 분간 면담을 마친 이 최고위원은 "경선 방식 문제가 하도 안 풀려 대법관 출신인 이 전 총재의 지혜를 구하러 왔다"며 "왜 당원과 일반 국민의 경선 참여 비율이 5 대 5여야 하는지 이 전 총재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 내에서는 "이 전 시장 측이 경선 방식 논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이 전 총재 등 원로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 김형오 "경선 방식 확정 뒤 사퇴"=원내사령탑인 김형오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선 방식 논란이 해결된 뒤 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지도부 자리가 이미 세 자리나 빈 상태에서 그의 사퇴는 현 지도부를 압박하게 된다.

김 대표는 회의 뒤 별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전 시장 측 안과 박 전 대표 측 안까지 포함해 4~5개 안을 전국위원회에서 표결에 부쳐 경선 방식을 정하자"며 "경선 방식을 정하고 나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한 당직자는 "김 대표가 현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