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우려되는 「G7프로젝트」기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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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 나라의 최대 현안인 산업의 경쟁력제고와 21세기선진국진입을 목표로 한 과기처 주도의 HAN(일명G-7)프로젝트의 기획이 현재 마무리단계에 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기획의 근간은 14개 핵심선도기술개발계획을 수렴하여 명실상부한 기술주권을 확보, 우리의 과학기술을 2000년대까지 선진7개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HAN프로젝트는 필요성과 당위성으로 봐 거부할 수 없는 명제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과는 걸맞지 않게 기획과정에서 노출된 일련의 문제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은 기획의 졸속성과 협동연구체제 활성화의 비현실성이다.
기획기간과 기획의 충실성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6개월간의 기획으로 미래의 국운이 걸린 범 국가적 과학기술기획이 가능하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번거로운 계획을 세울 필요조차 없는 과학기술선진국일 것이다.
산학연간의 연구개방성, 정보교환과 공유, 그리고 협동연구체제가 이미 구축된 선진국의 경우에도 보통 4년 내지 6년의 기획기간(예, 일본의 차세대산업기방기술연구개발4년, EC의 프레임웍 프로그램 6년)을 통해 연구개발투자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는 점은 HAN프로젝트기획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산학연 협동연구체제 구축은 HAN 프로젝트의 성패가 달려있는 핵심 사안이다. 항상 공허한 구호로만 그친 국내 협동연구에 대한 정밀진단과 과감한 처방이 기획의 대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처방은 산학연관 모두 시대의 변화에 둔감한 아전인수의 오만과 편견을 버려야만 가능할 것이다.
즉 기업은 선진외국의 노후화 된 완성기술의 도입보다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이윤추구, 대학은 양적 팽창보다 질 높은 교육, 연구기관은 실적 위주의 연구보다 창조적인 연구, 정부는 군림과 통제보다 조정과 조화의 기본목표를 충실히 이행하려는 의지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기술력열세가 산학연관중 어느 한 분야만의 잘못으로 야기된 문제가 아니라는 겸허한 자기반성과, 학기술은 미래의 꿈이 아닌 발등의 불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과학기술계획인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와 견줄만한 HAN 프로젝트가 탄생할 수였을 것이다. 【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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