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족보」첫선/한산이씨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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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젊은이들에 조상의 숨결 생생히 전달
문중의 내력을 담고있는 족보도 첨단시대를 맞아 영상화 하고 있다.
명문가의 하나인 한산이씨들이 최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자기네 족보를 비디오로 만들어내 화제다.
비디오 제작사 파나비전이 1백30분짜리로 제작한 「한산이씨 영상족보」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활용해 조상이 누구였는지,그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어디서 살았는지,남긴 것은 무엇인지 등을 모두 비디오 영상으로 처리하고 있어 족보가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젊은이들도 흥미를 가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 영상족보를 직접 제작한 PD 이석형씨는 『당초 60분짜리로 만들 작정이었으나 한산이씨문중 사람들의 호응이 크고 이것저것 넣어달라는 내용도 많아지다보니 비디오를 두개로 나눠 총 1백30분짜리로 만들게 됐다』고 했다.
지금까지 족보를 영인본으로 출간하거나 마이크로필름·컴퓨터자료로 영구보존 하는 방법은 개발됐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된 영상족보는 이들과는 작업성격이 다르다.
조상들이 살아온 터전을 담은 영상은 물론 인물을 설명하는 컴퓨터그래픽·삽화 등을 적절히 삽입해 고풍의 족보를 첨단문화에 적응시키고 있다.
영상족보를 만드는데는 재래식보다 훨씬 많은 시간·돈이 들어갈 것이라는 일반의 추측과는 달리 『생각보다 많이 들지않는다』는 것이 제작자나 문중사람들의 설명. PD 이씨는 『재래식 족보를 만드는데도 보통 1억원씩 투입되는 현실에서 1년 제작기간에 1억원도 채 들이지 않았다』며 영상족보의 효용성·경제성을 강조했다.
『목은 이색,사육신 이개,월남 이상재선생 등 위인들의 생애를 제작해 넣으면서 재래식 족보에선 느낄 수 없는 또다른 감동을 느꼈다』는 이씨는 『문자로만 표현된 족보에 비해 보다 다각적인 시각으로 조상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디오 보급률이 이미 50%에 달하고 개인적인 비디오 촬영이 점차 빈번해지는 이즈음 고루한 것이라 하여 먼지만 쌓이는 족보가 영상을 통해 젊은이들에게도 일상으로 다가오게 될 날도 멀지않았다』며 비디오 족보의 의미를 강조했다.<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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