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함 대신 섬세함 예쁜 '사계'의 선율 기대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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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어려서부터 크고 화려한 협주곡 위주로 공부했죠. 이젠 다른 쪽에 관심이 가네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미국명 사라 장.27.사진)씨의 주특기는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 등을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소리로 완성하는 연주다. 그런 장씨가 11~16일 내한 연주의 프로그램으로 선정한 곡은 비발디의 '사계'. 섬세한 소리로 10명 남짓한 단원의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곡이다. 지난달 말 유럽 순회 연주 중인 장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엔 좀 다른 걸 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의 연주처럼 크고 익사이팅한 연주를 좋아하긴 하지만 '사계'는 너무 예쁜 곡이죠"라는 장씨는 한국을 시작으로 미국.유럽 등에서 계속 '사계'를 연주하고 앨범도 낸다. 장씨는 이어 "이번 여름에는 계속 '사계'네요. 하지만 연주할 때마다 프레시한 느낌을 받는 곡이라 지겹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장씨가 처음으로 무대에서 바이올린은 연주한 건 1985년. "링컨센터에서 정식으로 데뷔한 건 89년이니까 아직 20년이 안 됐지만 그동안 음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독주곡 혹은 큰 규모의 협주곡 위주로 연주.녹음했죠.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실내악 쪽에 관심이 많이 생기더라고요"라는 설명이다.

장씨는 "20년 넘게 바이올린을 잡았어도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중 하나가 '사계'"라고 했다. 그는 '사계'를 제대로 하기 위해 다른 연주자들의 녹음을 모두 찾아서 들었다. 런던에서는 비발디의 시대인 바로크 악기를 배우는 경험도 했다고 한다. 장씨는 "현대식 악기가 아닌 바로크 시대 악기는 처음 만져보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곡 쪽에도 자꾸 관심이 가요. 요즘엔 새로운 미국 작곡가를 찾아내서 연주하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라는 장씨는 "연주자란 정말 흥미진진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11일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3일 경기도 문화의 전당,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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