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해외로 눈 돌린 의료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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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선거가 있던 지난해 겨울, 우리나라 후보를 지원하려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말라리아.폐결핵.에이즈 환자로 넘치는 가나의 어느 병원에서는 마취약과 진통제가 부족한 병실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전쟁 때 우리를 도운 에티오피아에서는 인구의 5%에 이르는 에이즈 환자를 돕는 데 분주한 강경애씨를 만났다. 그는 소록도 병원에서 나환자를 돌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원해서 왔다고 한다. 인근 신생국 에리트리아는 의과대학 하나 없어 우리나라가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 왔다.

북한도 어렵다. 북한 어린이의 주된 사망 원인은 영양실조.감기.설사병이라고 한다. 수액 요법과 항생제 치료만으로 얼마든지 완치될 수 있는 병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요즘은 과거 우리가 그랬듯 결핵이 큰 문제인 것 같다. 북한은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보내준 말라리아 치료제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며, 보건의료체계의 재건에 우리가 보다 적극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도 어렵지만 이제는 WHO 수장을 배출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서 우리가 어려웠던, 외국의 많은 도움을 받던 시절을 생각하며 좀더 마음의 문을 열어 지원을 늘렸으면 한다.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지난 10일 '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www.kifhad.org)'이 출범했다. 개도국과 북한의 보건의료 분야를 지원하는 민간 재단이다. 정부의 지원이 따르겠지만 모두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가 재단 성공의 열쇠다. 뜻있는 보건의료 전문인과 기업인,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한다.

문경태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