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NCR 사장 제프리 모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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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뉴질랜드인인 제프리 모스씨는 국내의 우리나라 은행에 갈 때마다 고객들이 줄을 서서 또는 대기표를 받고 난 뒤에도 30분 이상 기다리는 일이 잦은 것을 보고는 상당히 어색함을 느낀다.
뉴질랜드에서는 웬만한 곳에서도 은행과 연결된 자동전산망을 통해 24시간 손쉽게 돈을 찾을 수 있고 은행점포에 나가도 오래 기다리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모스씨는 정영정보시스팀·금전등록기·ATM(무인 자동 현금입금·지급기) 시스팀 등을 개발·생산·판매·서비스하는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한국NCR의 사장으로 3년6개월 동안 업무 차 국내은행을 자주 드나들며 『한국의 은행들은 아직도 고객서비스가 부족하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 오기 전에 근무한 홍콩·싱가포르의 은행들도 경쟁하다시피 각종 서비스와 편의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고객들에게 주식·교통편·물가 등의 각종 정보를 전달하고 고객들이 은행에서도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등의「종합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고객들은 은행의 중앙컴퓨터와 연결된 단말기를 간단히 조작해 이들을 활용하고 있다.
즉 외국의 은행들은 고객들의 생활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아직 한국에서는 은행들이 경쟁시대를 심하게 겪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모스씨는 한국의 은행들도 최근 몇 년 사이 은행이 새로 서너개 생겨나면서 은행마다 고객서비스를 개선해나가고 있지만 금융시장개방으로 외국은행들과 직접 경쟁하기 전에 국내고객에게 좀더 서둘러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사회에서는 어느 업종이나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시장 중심적(market oriented)인 사고」가 있는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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