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로 돈 흐름 바로잡자|꺾기 교환 변칙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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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앙일보 26일자「꺾기 교환 변칙 현장」이라는 기사를 읽고「열 사람이 도둑하나 못 지킨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규제 단속은 항상 잘못된 현실을 잡지 못하고 뒤쫓아가기만 한다. 잘못된 일을 시정하려고 제반법규를 만들면 이미 그 그물을 빠져나가는 새로운 방법이 현실에서는 존재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부터 통화관리를 대폭 강화하자 시중자금시장은 경색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금수요가 공급을 앞서왔던 우리 자금시장은 더욱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고, 따라서 실세금리는 규정된 금리를 넘어 양자의 격차는 커지고 이러한 변칙적인 방법들이 자꾸 생겨나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꺾기 교환시장은 은행스스로가 사채알선업자의 역할을 하게끔 만들어 은행의 존재 그 자체에까지 회의가 들 정도다. 당국의 검사로도 찾기 힘들다고 하니 더욱 성행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는 현실의 이러한 모순을 어떻게 바로잡느냐이다.
근본적으로 자금 시장의 초과수요를 없애지 않으면 이러한 변칙현상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한국은행도 각 은행을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시정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근시안적으로 지금 당장의 위법행위만 처벌할 것이 아니라 왜 자금사정이 경색되고 초과수요가 항존하는지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먼저 음성적으로 흐르는 자금줄을 조사하여 공개화 할 필요가 있다. 자금이 지하경제나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 감으로써 자금시장의 어려움은 더해갈 것이고,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금융실명제가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하겠다. 건전한 자금흐름으로부터 건강한 경제를 이룩할 수 있다. <이영우(서울 구로구 시흥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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