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IPTV 열풍에 "영화관 발길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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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프랑스 파리에 사는 대학생 아나 폴로니아(23.파리4대학)는 영화광이지만 요즘 영화관 발길을 끊다시피 했다. 그는 지난해 말 IPTV인 '오랑주(ORANGE) TV'에 가입한 뒤 극장에 가는 대신 주문형 비디오(VOD)로 집에서 영화를 즐긴다. 24유로(약 3만원)를 내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20여 채널의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최신 영화(편당 1~2유로 추가 부담)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또 인터넷망을 이용해 프랑스 전역에 공짜 통화를 하는 것은 덤이다. 폴로니아는 "IPTV 가입 이후 TV 시청 시간이 부쩍 늘었다"며 "저녁에 친구들과 집에서 싼값에 최신 영화를 보는 게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2003년 12월 IPTV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랑주 외에 프리.뇌프 등의 주요 IPTV 업체엔 200만 가구가 가입해 있다. IPTV의 최고 인기 서비스는 단연 영화다. 1000편 이상의 최신 영화를 아무 때나 골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디오 대여점의 손님이 크게 줄었다. 파리 15구에 있는 비디오 대여점 '비디오 퓨튜르'의 직원은 "IPTV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문을 닫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도 2003년 4월 소프트뱅크의 'BBTV'가 IPTV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현재 NTT 계열의 '4th 미디어' 등 4개의 IPTV가 전국 서비스 중이다. 4th 미디어는 기본요금으로 월 2835엔(약 2만2000원)을 받고 한 편에 105엔짜리 VOD 서비스를 한다.

프랑스보다 도입은 빨랐지만 일본의 IPTV 가입 가구는 아직 미미하다. 20만여 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통신사업자로 분류된 IPTV 업체가 지상파의 인기 드라마나 버라이어티 쇼 등을 재전송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탓이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사들이 IPTV를 경쟁 상대로 여겨 콘텐트 공급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머잖아 바뀔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주무부처인 총무성과 방송.통신.가전업계가 참가하는 'IPTV 포럼'이 결성돼 IPTV와 관련한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일본서도 IPTV가 인기를 끄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파리=전진배,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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