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선전 안기부원 배후규명 왜 안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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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제14대 총선 때 흑색 선전물 살포사건과 관련해 구속 기소되었던 안기부원 4명에 대해집행유예로 석방함으로써 재판이 공정성을 잃고「권력의 시녀」에서 탈피하지 못했음을 입증했다. 하기야 어느 때나 정치성이 짙고 국민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었던 사건 치고 사법부가 홀로 서기 하여 한 점의 의혹 없이 국민의 궁금증이 풀렸던 사건이 있었던가. 말로만「사회정의와 법질서의 마지막 보루」지 권력기관으로부터 각종 외압과 간섭을 받아왔고 법률과 양심에 따른 판결이 대체 몇 건이나 되겠는가.
특히 이번 사건은 검찰조차 적극적인 의지 없이 수사에 임했으며 범행동기나 배후세력개입여부는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법원마저 마치검찰과 사전에 짜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신속히 무엇에 쫓기는 듯한 인상을 주어 배후세력진상규명을 기대했던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
법은 만인 앞에 공정해야지 권력 있고 돈 있는 사람 앞에서는 무력하고, 힘없고 돈 없는 사람 앞에서는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누가 사법부를 믿고 따르겠는가.
권위와 신뢰는 스스로 노력하면서 찾아야지 가만히 앉아서 그것을 기대함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사법부의 자성과 맹성을 촉구한다. <박지영(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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