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의혹까지 간 메탄올파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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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생약제제에서 메탄올을 검출해냈던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연구원이 피습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이 사건이 해당 제약회사와 관련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 하지만 사건의 내용과 그동안의 정황으로 봐선 그런 의심을 한다해도 전혀 무리가 아닐 것이다. 피습 전날에 있었던 전화내용,범인이 5명이나 되는 점,귀가하지 않은걸 알고 기다렸다는 점,금품을 노린 것이 아닌 점 등이 그런 의심을 뒷받침 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과학적 진실을 테러로서 뒤엎어 보려는 어처구니 없고 가증스러운 행위다. 혹 이 사건이 이번 파문으로 소속회사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일부 직원의 개인적 애사심에서 저질러진 것이라 해도 그런 빗나간 애사심과 이기주의는 철저히 응징돼야 마땅하다.
그런점에서 경찰은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한다. 의심을 받게 된 제약회사들도 「전혀 관련이 없다」면 일반의 의심을 풀기 위해서라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물론 자체조사에도 나서야 한다.
어떻든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건까지 빛어지게 된 것은 보사당국이 권위있는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해 왔기 때문이다. 시민의 모임이 문의했을 때는 「메탄올은 잔류할 수 없고 잔류해서도 안된다」고 했다가 뒤에 가서는 잔류허용 기준치가 있는 것처럼 발표를 하는가 하면 징코민의 경우에는 메탄올 검출이 안됐다고 했다가 1일의 발표에선 일부에서 검출이 됐다고 발표했다.
이런 보건당국을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소비자보호원과의 합동 재검사 끝에 1일 발표한 내용도 역시 석연치가 않다. 『검출된 메탄올의 함량은 국제적으로 보고된 문헌 등을 고려할 때 인체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수준』이라는 설명은 과연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 그러면서 왜 메탄올이 검출된 제품은 수거 폐기토록 지시했는가.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수준」이라는 표현은 유해하다는 말로도 들리고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보사당국의 최종판단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이번 사건은 약사행정이 얼마나 무능한가 하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약품의 안전성을 판정할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보사당국이 서둘러 확실한 결론을 내려야할 것은 메탄올이 미량이라도 남아있으면 안되는 것인지,되는 것인지의 여부다. 또 된다하더라도 그 기준치를 세계적 기준에 따라 정하는 일이다.
문제가 된 것은 메탄올이지만 이번 파문으로 미루어 볼 때 약품의 안전성이 전반적으로 의심스럽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행 대한약전 시험방법,시험장비,허용기준치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로 국민의 불안을 씻어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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