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열린유아교육] 힌트만 주며 공부 주도권은 아이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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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초등학교 저학년 수학은 예전 우리가 배울 때와 달리 개념을 이해해야 알 수 있다.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무조건 수학 문제를 계산하면 됐지만 요즈음 아이들은 개념을 이해해야만 수학 교과서의 내용이나 시험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손녀딸이 수학 숙제나 문제를 푸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깨달은 점이 많다. 문제가 어려운 것 같아 먼저 가르쳐 주려 하면 화를 내거나 들으려 하지 않는 반면 먼저 궁리해 보게 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면 순순히 배웠다.
예를 들어 26+9=26+10-1= ( )와 같은 문제를 풀던 아이가 26+9를 열심히 손가락을 꼽아가며 35를 계산한 후 35를 쓰려 했지만 옆에 26+10-1이 또 있어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는 성가신 마음과 함께 혼란을 느꼈다. “한 번 궁리해 봐. 26에 10을 더하면 얼마가 돼?”하니 쉽게 “36”하였다. “그 다음에 36에서 하나를 빼면?” “35.” “아까 계산할 때하고 지금 계산할 때하고 어떤 방법이 더 빨랐는데?” “먼저.” 맞아, 조금 빨랐지? 너희들이 쉽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거야. 자, 이번에는 다음 문제를 풀면서 왜 빨랐는지 생각해 보자.” 아이는 다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그 밑의 유사한 문제들, 37+8=37+10-2=( ) 또는 18+7=18+10-3=( )과 같은 문제를 생각하며 풀더니 어느 순간 “아아 10을 먼저 만드는구나”하였다. “맞아. 8을 10으로 만들려면 몇 개가 더 있어야 했지?” “2.” “그래. 잘 생각했어. 더하기 쉽게 하라고 2를 빌려 10을 만든 거야. 그런데 왜 다시 2를 빼줄까?” “빌려 온 거니까?” “그래 10을 만들 때 8이 2를 빌렸으니까 빌려주었던 2는 도로 빼주는 거야. 자기 것이 아니니까 돌려주어야지.”

아이는 신이 나 그 이외의 문제들도 열심히 성실하게 풀어나갔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가 배울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과 개념으로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가르치려 해도 아이의 생각과 코드가 맞지 않으면 아이는 혼란을 느낄 뿐 아니라 ‘나는 못하는 사람이야’라는 실패감을 느낄 수 있어 공부 자체를 싫어 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달걀 속의 병아리가 다 부화되면 독특한 소리를 내고 어미 닭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달걀 껍질을 톡 깨주는 줄탁동시(茁啄同時) 를 하는데 우리도 이 방법을 써야 한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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