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떼일 염려없어/잇단 투신예금인출 자제할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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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탁은에 전액 보관후 투자만 대행/은행·증권사들도 주주 구성 “탄탄”
투신부실에 대한 대책마련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엉뚱하게도 멀쩡한 지방투신에 예금빼가기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대한·국민 등 3투신에도 지난주초부터 하루평균 2백30억원 정도의 환매요구가 닥치고 있다. 이는 전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쳐 주가는 25일 한때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투자자들의 예금인출이 계속되자 그동안 투자자들이 돈을 맡기는 공사채형 수익증권에 편입시키기 위해 많은 채권을 사들여오던 투신사들은 이제 오히려 투자자에게 줄 급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팔면서 채권수익률 상승(채권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25일 3년만기 은행보증회사채의 경우 유통수익률이 연 17.25%로 하룻만에 0.15%포인트나 뛰었다.
이번 투신예금 인출사태는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지난 16일 조순한은총재가 투신대책은 국민적 합의아래 찾아야 하며 한은의 특융은 반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되고 나서부터 시작됐다. 투신부실의 원인과 현상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일부 투자자들은 18일부터 투신사에 몰려와 예금을 빼가기 시작했다.
증권당국과 투신업계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와 상호신용금고·외국계은행 등이 투신의 수익증권투자자금을 자기네 투자로 끌어들이려고 투신부실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돌리면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어 문제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상황에 빠진 곳은 한남투신 목포지점. 18일부터 투자자들이 몰려와 예금을 빼가기 시작했다. 소문은 꼬리를 물고 퍼져 25일에는 정상영업이 어려울 정도로 투자자들이 몰려 들었다. 18일부터 23일까지 80억원이 환매됐고 25일에도 1백억원 정도가 빠져 나갔다.
한남투신을 비롯한 5개 지방투신은 89년 11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따라서 그해 12월12일 2조7천6백92억원의 돈을 은행에서 빌려다 주식을 사들여 현재 6조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는 한국·대한·국민 등 3투신과는 아무상관이 없다.
한국·대한·국민 등 3투신에도 18∼23일 1주일동안 1천4백23억원의 환매가 이뤄졌으며,25일에도 4백억원 정도의 예금이 빠져 나갔다.
투신관계자들과 금융전문가들은 투신사 고객들이 동요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고객들이 투신사에 맡기는 예금,즉 신탁재산은 투신사 자체의 고유재산과는 엄격히 구분하여 운용토록 돼있다(증권투자신탁업 규정). 또 그 신탁재산은 별도의 수탁회사인 서울신탁은행에 전액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 투신사는 다만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투자를 대행하고 있는 것이다. 즉 기존 3투신사가 안고 있는 부채 6조원은 고객이 맡긴 재산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다.
3대투신의 주주는 은행이 65%,증권사 20%,보험·단자사 등 기타 금융기관이 15%의 지분을 갖고 있을 정도로 주주구성이 탄탄하다. 따라서 만약 투신이 부도상황에 빠진다면 이는 곧 국내 금융시장 전체의 공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직까진 당국간에 의견차이야 있지만 현재 재무부가 중심이 돼 모색중인 투신부실대책은 결국 증권투자자를 보호하고 투신을 현재보다 나아지게 하는 것이지 시장에 나쁜 영향을 주거나 투신을 더욱 어렵게 하는게 아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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