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홍콩 조류(鳥類)독감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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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조류(鳥類)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옮을 수도 있는 홍콩 조류 독감인 것으로 밝혀져 보건 당국이 긴급 방역에 나섰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지난 5~11일 충북 음성 양계장의 닭 1만9천마리를 폐사시킨 조류 독감의 바이러스를 조사한 결과 홍콩 A형(H5N1)으로 조사됐다고 15일 발표했다.

홍콩 조류 독감은 1997년 홍콩에서 18명이 감염돼 6명이 사망했고, 올해 2월에는 두명이 감염돼 한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 약한 조류 독감은 자주 발생하지만 강한 전염력을 갖고 있는 홍콩 조류 독감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A형(H5N1) 독감 바이러스는 여러 가지 타입이 있는데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홍콩 것과 유전자가 일치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립보건원 전병율 방역과장은 "양계장 주인과 종업원 등 8명에게서 아직 조류 독감 증세가 없으나 인근 주민 1백56명의 혈액을 채취해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원은 중앙역학조사반을 충북 음성에 보내 양계장 반경 10km 이내 주민들에게 독감 백신을 맞히고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했다.

보건원은 이번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기는 홍콩 조류 독감일 경우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푸젠A형 독감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충북도는 조류 독감 발생농가로부터 반경 5백m 이내 지역의 양계장에서 사육 중인 닭 8천마리를 폐사시키기로 했다. 또 반경 3㎞ 이내 '위험지역'의 12개 양계장의 닭과 오리 19만마리에 대해서는 혈청검사를 실시, 감염이 의심될 경우 모두 도살 처분할 방침이다.

한편 양계농민들은 양계업계에 몰아닥칠 한파를 걱정하고 있다. 청룡리의 김용자(49.여)씨는 "지난 1주일 동안 생산한 수만개의 달걀을 버리는 것도 안타깝지만 내년에 양계업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조류 독감=닭.오리 등 조류가 걸리는 인플루엔자(독감)다. 대부분은 동물끼리 전염되지만 홍콩 조류 독감의 일부 변종은 사람에게 옮긴다.

폐사율.전염력 등에 따라 고병원성.약병원성.비병원성 등으로 크게 나뉘며 혈청형에 따라 1백35종으로 분류된다. 조류 독감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생했지만 사람에게 옮긴 경우는 드물다.

97년과 올해 홍콩에서 여러 사람이, 96년 영국(H7N7형)에서 한명이 감염됐다. 네덜란드에서는 올해 A/H7N7형이 발견돼 83명이 감염됐고 한명이 숨졌다.

음성=안남영.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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