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외의 모든 것을 생략한 사랑처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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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16면

사진 구본창

우리는 첫 이미지에 사로잡힌다. 날카로운 첫 키스에 무너진다.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
번개가 치고 지진이 일어난다. 순간이 영원보다 길 것 같다. 그것으로 한바탕 꿈은 끝.
그대에게 이르는 길은 수억 광년이다. 일생일대의 첫걸음을 뗄 것인가.
가야 할 길이 보이는 것처럼 단순하게, 일자무식하게. 그때부터 사랑은 의지다.
사랑 이외의 모든 것을 생략하는 사랑이라야 또박또박 몇 걸음 더 간다.
사랑은 다가갈수록 외로운 거다.
우주 전체가 그의 뒤를 따를 뿐, 그의 앞에는 뵈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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