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껍질 같은 창업 功臣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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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21면

“창업 공신들이 각 사업부의 요직을 다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높은 보수를 받으면서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 주주이기도 해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이른바 ‘내부의 적’이 됐다.”
설립한 지 8년 된 유통업체인 C사의 사장 말이다.

경영컨설턴트로서 이런 때는 원칙대로 조언을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누려온 지위와 대우는 지금까지의 보상으로 충분하다. 이제는 챙길 사람은 챙기고 버릴 사람은 버리고 가야 한다.”

하지만 이 업체 사장은 그동안 동고동락한 사람을 어떻게 내칠 수 있느냐고 난감해했다. 그들이 없으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것 같지도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곤충의 세계를 빗대보면 이 회사는 분명히 창업 공신을 버려야 할 때가 됐다. 곤충은 평생 동안 적게는 4번, 많게는 27번씩 껍질을 벗는 탈피를 한다. 곤충의 껍질은 단백질인 큐티클(큐티쿨라)층이라고 하는데 견고하고 방수성이 좋아 몸을 보호한다. 그러나 큐티클은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껍데기(외골격) 크기 이상으로 몸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곤충은 어느 정도 크게 되면 액디손이라는 호르몬을 스스로 만들어 큐티클 밑의 표피세포를 자극한다. 세포분열을 일으켜 지금의 몸집보다 더 큰 새 큐티클이 될 물질을 만들어내고 탈피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 큐티클이 딱딱하게 굳기 전까지는 말랑말랑해서 외부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때문에 사실상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위해서는 곤충이 반드시 감수해야 하는 고통과 위험인 셈이다.

현재의 큐티클 속에 머물러 있으려는 창업 공신과의 인연을 끊을 때를 제대로 알아야 회사라는 조직이 재도약할 수 있다. 창립 공신들은 논리를 내세워 반대하기 일쑤다. 재도약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비효율성, 즉 비용의 상승이나 경쟁력의 취약 가능성을 현상 유지론 혹은 성장 불가론의 논리로 확대하곤 한다. 다시 도약하는 기간은 고통스러운 자기부정의 과정이다. 조직이 일시적인 혼란에 휩싸이겠지만, 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마땅히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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