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연극 단합대회”/근무 일찍 마치고 단체관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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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기업들 “화합에 좋다”지원
『직장생활의 문화적 갈증을 연극관람으로 풀자.』
최근 직장인들이 회사 지원아래 단체로 연극을 관람하는 새로운 「풍속」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대학로 극장가 등에는 평일 오후 근무시간에 기업체 사원들이 사내 서클·부서별로 10∼20여명씩 단체로 객석을 매우는 일이 잦다.
극단·공연장측에 따르면 대기업·중소업체를 막론하고 회사가 수시로 단체관람 예약을 요청하고 있어 인기작들은 평일 공연에서 의외의 만원사례를 이루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난해하지 않고 성인들이 공감을 얻기 쉬운 내용인 『불 좀 꺼주세요』(대학로 극장),『신의 아그네스』(실험극장),『돈키호테』(롯데월드 예술극장),『일가일구』(바탕골 소극장),『시라노』(학전소극장),『칭칭­헬로 굿바이』(성좌소극장) 등이 일반 직장인들의 선호도가 특히 높은편.
대기업체인 D사의 경우 한 부서에서 『불좀 꺼주세요』를 보고 나면 곧바로 다른 부서의 단체관람으로 이어져 이 회사에서 한달에 4∼5회 단체 관람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몇몇 중소기업들은 『정서순화·화합에 성과가 적지않다』며 분기별로 하루를 할애해 연극관람의 날로 정하고 소형 승합차까지 동원,색다른 단합대회를 치르기도 한다.
뮤지컬 『돈키호테』를 회사모임을 통해 단체관람한 동화은행 직원 권을경씨(26·여)는 『연극관람이 체육행사나 강연회 등 보다 참여폭이 넓고 어느 취미활동보다 직장생활의 진지한 화제가 되고 깊이 있는 대화를 오가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며 단체관람의 효과를 지적했다.
극단측도 성인관객의 적극유치를 위해 기업체를 대상으로 할인티킷을 수백장씩 일괄 판매하거나 단체관람을 위한 공연을 따로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1석에 4천∼1만원 하는 소극장의 경우 10명 이상의 단체관람은 20% 할인이 원칙이나 경우에 따라 더 많이 할인되기도 한다.
한 극단 관계자는 『성인들의 관심에 부응하는 대작들을 내놓는다면 관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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