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건강의수호천사] 임정희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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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영하는 설악산 자락 척산온천의 산책로는 아득한 솔향기로 춘사월을 맞고 있다.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온천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올해로 40여 년째 지속해 왔으니 나에게 온천욕은 행복의 원천이다. 탕에 들어가기 전 우선 온천 물을 무릎 위ㆍ허리ㆍ배ㆍ어깨 등 심장에서 먼 부위부터 대여섯 바가지를 끼얹고, 내 몸에 신호를 보내고서야 탕에 들어간다. 바로 물속에 들어가면 혈관이 갑자기 수축돼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속에서 5∼10분, 그리고 미지근한 물속에서 20여 분이 내게는 천국과도 같다.

 나의 유별난 온천 사랑은 운명적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1950년 내 나이 19세에 캐러멜 공장으로 시작한 사업은 제주도에서의 호텔업과 택시운수업을 거쳐 대구에서 번창했다. 그러나 쉴 틈 없이 사업에만 전념하면서 건강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30대 중반 젊은 나이에 그만 백내장에 걸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당시로서는 큰 수술이었던 터라 여러 가지 후유증에 시달리며 우울증까지 앓았다. 이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사로 시작한 것이 온천욕이다. 남다른 효험을 본 덕에 남은 여생을 온천사업에 바치리라는 결심도 그때 일이 계기가 됐다.

 얼마 전 온천수를 이용한 휴양리조트 개발을 위해 유럽을 한 바퀴 돌 때, 해발 1800m 높이에 만들어진 스위스의 온천마을 부르거바트에 들렀다. 그곳 관계자는 스위스 축구국가대표 선수들이 독일 월드컵경기가 끝난 뒤 제일 먼저 찾는 것이 온천 휴식이라고 자랑했다. 유럽에선 아예 의사가 상주하면서 피부ㆍ근골격계ㆍ호흡기ㆍ스트레스ㆍ비만 치료를 위한 처방전을 내기도 하고, 온천요법에 대해 의료보험 혜택을 주기도 한다. 이미 유럽에선 온천요법이 치료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온천요법은 물의 온도, 목욕 시간, 방법에 따라 치료 효과와 적응증이 다르다. 반신욕이나 족욕ㆍ냉온욕, 아로마를 이용한 목욕 등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이는 온천요법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이 분야에 의학적으로 연구할 과제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상에 지치고 심신의 충전이 필요하면 하루쯤 가족과 함께 주변의 가까운 온천욕을 권한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는 영험한 온천 물이 1억3000만년전의 전설을 들려주지 않는지 귀 기울여 보실 일이다.

임정희 척산온천휴양촌 회장(7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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