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가 고입검정 만점 수석/대전교도소 복역 박기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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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0년 선고 받고 4년 복역/자동차정비 배우는게 꿈
『저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지금도 도배일을 하며 어렵게 생활하고 계신 어머니를 조금이나마 기쁘게 해드리려는 일념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대전교도소에서 징역 10년의 장기수로 복역하면서 고입검정고시에서 전국 수석의 영예를 차지한 박기영(23)씨는 북받치는 감격과 회한에 말을 더듬거렸다.
박씨는 국어·영어·수학 등 전체 9개 과목에서 모두 1백점 만점을 얻었다.
이같은 성적은 대전시 교육청이 고입검정 고시를 실시한 이래 처음있는 일로 이번 시험에서도 전국 유일의 전과목 만점이었다.
『국어에서 한 문제가 조금 아리송해 틀릴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정답이었습니다. 그래서 내심 만점이 나오길 기대했습니다.』
서울 난강중학교를 다니다 3학년 때 중퇴한 박씨는 『1등을 해 보기는 난생 처음』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박씨는 84년 양화점을 운영하던 아버지 박광수씨(당시 44)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뒤 쪼들리는 가정살림 때문에 일순간 잘못된 생각을 했다가 88년 7월 강도치사 혐의로 서울 남부경찰서에 구속됐었다.
이후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에 수감된뒤 지난해 3월 행형성적과 형기 등이 참착돼 검정고시 교육생으로 선발되면서 「참회의 공부」에 열중했다.
하루 4시간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교도소내 정기수업을 포함,공부하는데만 보냈다는 것이다.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모르는게 너무 많아 고생했습니다. 그러나 집에 있는 두 동생을 돌보기 위해 더 고생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책과 씨름했습니다.』
앞으로 6년의 형기가 더 남아있는 박씨는 2∼3년 더 공부해 고졸 검정고시를 치르고 생계를 위해 자동차정비 기술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대전교도소 권희영소장(55)은 『박씨가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하면 형기가 7년쯤 되는 시점에서 가석방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전국에서 재소자·소년원생 등 4백97명이 고입·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것으로 집계됐다.<대전=박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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