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아니라도 미국 소 들어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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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오후 강원도 평창의 한우 농가를 방문해 한 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들을 직접 설득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노 대통령은 평창군 대화면의 한우 축사들을 둘러보던 중 선 채로 농민들과 즉석 대화를 했다.

▶주민 1="한.미 FTA 타결로 경쟁력이 떨어져 축산업을 전업(轉業) 해야 하는 농가들이 있다."

▶노 대통령="소 키우는 분들에게 미안하다. FTA가 아니라도 미국 소는 들어온다. 2004년까지 수입하다 광우병 때문에 멈춘 것이다. 위험 요인이 배제되면 우리도 안 받을 수 없다. 교역은 압력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적인 것으로 우리가 미국에 많이 팔면 부하도 많이 걸린다. 미국의 요구 들어주게 돼 있고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

▶주민 2="마을회관이 낡고 좁아 회의조차 할 수 없다."

▶노 대통령="지어드리겠다. 나라 예산은 시급하고 효과적인가를 따져 써야 해 즉석 답변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마을회관의 우선 순위를 다 따질 순 없다."

특히 노 대통령은 평창군청으로 자리를 옮겨 한 간담회에서 "중국이 FTA 하자고 얼마나 조르는지 괴롭다"며 "다음에 누가 대통령 할지 모르지만 한.중 FTA를 마냥 안 한다고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장기적으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농민을 보면 농민들만 보이는데 밖에 나가면 그렇지 않다. 어차피 맞을 매이니 함께 손잡고 노력하자"고 말했다.

대통령의 평창 방문에는 권오규 경제부총리, 박홍수 농림부 장관, 그리고 평창이 지역구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 이형구 강원도 행정부지사 등 100여 명이 함께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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