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어린이 위해 개발한 '100달러 PC' 미국 빈곤층 학생에도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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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을 위해 개발한 초저가 '100달러 노트북 PC'가 미국에서도 팔릴 것 같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본부를 둔 '모든 어린이에게 노트북 한 대씩을(OLPC.One Laptop Per Child)' 운동본부는 미국의 빈곤층 학생들에게도 이 저가 컴퓨터를 파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26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운동을 주도하는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MIT 교수는 이날 미국 내 판매 의향을 묻는 질문에 "미국을 어떻게 무시하겠느냐"며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그간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초저가 노트북을 팔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입장을 바꾼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제프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를 포함해 19명의 주지사가 자신들의 주정부에도 초저가 노트북을 판매하라고 강력히 요청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주에서는 이 초저가 노트북 컴퓨터를 구입해 빈곤층 학생들에게 나눠줄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애초 100달러 가격을 목표로 개발된 이 노트북의 개도국 내 판매가는 175달러 선이 될 것이라고 OLPC 측은 밝혔다. 뺄 수 없는 기능이 많아 이를 장착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용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팔 경우 개도국용 노트북보다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될 예정이다.

OLPC 측은 "선진국용 노트북에는 더 많은 소프트웨어 및 부가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불가피하게 가격이 올라갈 것 같다"고 밝혔다.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서 이미 판매 중인 이 노트북의 특징은 작고 깜찍하면서도 웬만한 기능은 다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무선랜에 디지털 카메라까지 달려 인터넷망이 없더라도 노트북끼리 화상통신이 가능하다. 또 전원은 손잡이를 돌려 충전하는 배터리 방식이며 소비 전력도 일반 노트북의 5~8%면 족하다.

네트워크는 물론 전기조차 없는 개도국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다. 대신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드 디스크 대신 512MB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며, 운영체제도 무료인 리눅스를 채택했다.

그렇지만 100달러 노트북 계획의 성공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도 적잖다. 무엇보다 선진국에서는 175달러짜리 노트북이 무척 싸게 보이지만 아프리카 정부가 이를 구입해 나눠주기에는 감당할 수 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어린이들에게 이 노트북을 한 대씩 돌리려면 아프리카 전 국가 예산의 70%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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