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자원이다』-전경수 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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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는 좋지만 생태계 전반을 함부로 이용하고 파괴해도 좋다는 의미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이것은 잘못된 의미에서의 인간중심주의다. 생태계는 하나의 체계를 이루어 순환하고 있으며 인간은 그 일부를 이루는 하나의 작은 고리에 지나지 않는다.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하고 있는 물질적 활동은 생태계의 큰 순환을 정체·교란시키고 있다.
교란된 생태계가 인간에 대해 보복을 시작하면 지구상의 생물계에서 우세종 이라는 인간의 지위는 계속해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돌이키기에는 때가 늦고 그 과정에 대한 지식이 없으며 안다해도 능력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인류학과의 전경수교수가 쓴 이 환경론이 「똥이 자원이다」라는 제목을 선택한 것은 환경과 기술 및 자원에 관심을 갖고있는 사람들의 고리타분하고 좁은 관점을 파괴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문화인류학적 관점을 생태학에까지 넓힌 이 계몽서는 인간중심주의라는 교만한 사고방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한 현재의 환경보존운동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생태계라는 개념과 그것의 균형을 위한 동작원리들이 제대로 파악될만한 분위기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지적이다.
문명비판론에 대해서도 오염과 교란의 책임을 인간이 아닌 문명에 돌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은 또한 전남진도군에서 농약이 가져온 공동체의 파괴 등 문화생태학적 현장연구, 월남전에서 미군이 사용한 황색고엽제의 해독성과 참전 한국군 장병에 대한정밀 신체검사의 필요성 등을 역설한 시사평론을 함께 담고있다. 통나무 펴냄, 5천원. <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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