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씨 돈으로 만든 “철옹성”/화제의 강남세무서 지하 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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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50㎝ 콘크리트 외벽에 도난방지 첨단시설/그래도 불안해 수십만원 주며 경비 고용
이철희·장영자씨 부부의 압류품을 10년간 보관했던 강남세무서 지하 창고가 화제가 되고 있다.
세무서가 특정인의 압류품만을 보관하기 위해 별도의 창고를 만든 일은 전무후무한데다 창고시설 또한 워낙 견고하고 세심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세금미납에 따른 압류대상은 부동산이 보통이고 물건을 압류하는 경우는 흔치 않아 압류물품만을 보관하기 위해 세무서가 따로 창고를 두는 일은 거의 없다.
이 창고는 지난 82년 5월 검찰에 압수된뒤 국세청에 다시 압류된 이씨 부부의 골동품·서화 1천여점을 보관하기 위해 82,83년에 걸쳐 수개월간 강남세무서 지하에 만들어졌다.
넓이가 15평 남짓한 이 창고는 창고라기보다 대형금고와 흡사하다.
외벽이 두께 50여㎝의 콘크리트로 돼있으며 창고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개의 문을 통과하도록 돼있고 물론 문에는 견고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이 세무서 직원들조차 창고에 가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워낙 고가품들이라 도난방지기는 물론 물건의 훼손을 막기 위해 온도·습도 조절기 등이 설치돼 있다. 그래도 못 미더워 처음엔 세무서 직원이 돌아가며 밤마다 지키다가 나중엔 이씨 부부측 요청에 의해 경비용역회사의 청원경찰이 줄곧 보초를 섰다.
원래 압류품을 보관하는데 드는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 경우는 압류품들을 애지중지하는 이씨 부부측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인만큼 이씨측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창고설치비용과 이후의 보관비용을 댔다.
보관비용은 경비원의 급료 수십만원을 포함,매달 1백만원이 훨씬 넘어 지난 10년간 2억여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씨 부부가 국세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기는 바람에 결국 이씨 부부는 세무서가 빌려준 자리에서 10년간 골동품을 고스란히 보관한 셈이 된 것이다.
강남세무서 관계자는 이 창고를 철거하지 않고 앞으로 고가품이 압수될 경우 보관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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