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아들… 빗나간 부정(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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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비뚤어진 아들을 바로잡기 위해 아버지가 아들의 발에 족쇄를 채워 4개월여 감금한 끝에 숨지게 한 사건이 일본 지바(천엽)현에서 발생,일본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1일 존비속 살인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호시나 가쓰도시(보과승리·48·식품회사 공장장)씨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아들의 발에 쇠사슬을 채워 자기집 2층방에 가둔뒤 하루 한두끼 식사를 넣어주고 양동이에 대소변을 보게 해오다 지난달 24일 아들이 영양실조 등으로 쓰러지자 병원으로 옮겼으나 때가 늦어 지난 7일 아들은 끝내 숨졌다.
호시나씨는 경찰에서 『자식교육은 어디까지나 부모책임』『인내심과 끈기를 길러주려 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은 지난해 고교 2학년 1학기까지는 지각·결석도 하지 않고 성적도 중상위권인 모범생이었으나 여름방학이후부터 갑자기 돌변,외박을 하고 가출을 세번이나 했으며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잡히기도 하는 등 탈선을 일삼았다.
호시나씨는 10월 중순 아들이 가출해 행방불명되자 『더이상 학교에 폐를 끼칠 수 없다』며 자퇴원을 내고 행방을 수소문한 끝에 한 인쇄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을 찾아냈다. 호시나씨는 『학교가 싫다면 이 공장에서라도 제대로 일하라』고 타일렀으나 아들은 겨우 17일간 다니다 공장을 그만뒀다.
호시나씨는 아들을 여러차례 방에 가두고 반성을 촉구했으나 끝내 효과가 없자 결국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렀다.
많은 일본인들은 자식의 올바른 성장을 바라는 호시나씨의 「부정」을 이해하면서도 자식을 자기의 분신이나 자기 마음먹은대로 다룰 수 있는 소유물로 생각하고 아들의 고민이나 방황을 이해하고 함께 해결해보려는 그의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는지,그의 이런 「처방」에 대해서는 잘못이라고 인식하는 여론이다.
때마침 서울로부터 여고생·대입학원생이 성적부진 등을 이유로 투신·분신 등의 극한 방법으로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우리 부모들은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노력을 했는가. 우리 부모들은 혹시 호시나씨가 아들 발에 채웠던 것보다 더한 무게의 족쇄를 자녀들의 가슴에 매달아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울러 자식교육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려는 한 일본인 아버지의 「결심」에 대해서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일 같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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