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복 법안」 싸고 미·일 재무장관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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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은행업무 축소 등 우려 저지요구 일/금융시장 자유화 진전안돼 실망 미
미국 의회에서 심의중인 이른바 「금융보복법안」을 둘러싸고 미 일 재무장관이 서로 협박 색채가 농후한 내용을 담은 편지를 통해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방은 금융시장 개방문제가 가장 큰 경제현안으로 부각되어 있는 한·미간의 상황과 관련해서도 주목된다.
일본경제신문 보도(5월8일자)에 따르면 일본의 하타 쓰토무(우전자)대장상은 지난 4월13일자로 니컬러스 브래디 미 재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사실상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고 여긴 이 법안의 저지를 요구했지만 브래디장관은 4월24일자 답신에서 오히려 일본의 금융시장개방이 늦어지고 있는데 대한 실망감을 전달했다.
금융보복법(금융서비스공정거래법)안은 미국금융기관에 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다고 미 재무부가 판정한 국가에 대해서는 미국내에서의 신규업무나 지점설치 등을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있다. 일본에서는 이 법안이 사실상 일본계은행을 표적으로 삼고있고 이 법이 성립될 경우 미국내에서의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될 것으로 우려해왔다.
하타대장상은 편지에서 일본은 미국·유럽 등과 비교할때 외교금융기관에 대해 동등 또는 우대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 법안이 성립되면 『미·일 금융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미국내에서 일본계은행의 업무축소를 초래,미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 재무부가 동 법안저지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답신에서 브래디장관은 이 법안은 미국 금융기관이 외국금융시장에서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과 이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일본의 자세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브래디장관은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미국내에서 일본계 금융기관들의 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귀하의 우려는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나는 일본 금융시장의 자유화에 대한 미·일 양국간협의가 한층 더 진전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실망하고 있다』고 역공을 퍼부었다.
하타대장상이 보낸 편지내용은 미국이 재정적자의 충당을 위한 자금소요의 상당부분을 일본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배경으로 「수틀리면 자금을 빼낼 수도 있다」는 협박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브래디장관이 예상외의 강경한 답신을 보내오자 일본측은 미국이 양국간 금융협의에서 예금금리 완전자유화조치의 조기시행 등 일본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위협의 색채가 강하다고 보면서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자칫 정치문제로 비화되지 않을까 강한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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