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나라당에 대한 유권자의 엄중한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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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25 재.보선은 한나라당에 대한 경고다. 17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이어 온 한나라당의 재.보선 불패 신화는 어제로 종지부를 찍었다. 그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다. 이미 내부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스스로 무너진 결과다.

공천을 둘러싼 돈거래와 협박, 또 다른 공천 잡음들이 그치지 않았다. 후보 매수사건이 터지고, 당 대표의 사무장이 선거법 위반 과태료를 대신 내주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고도 좋은 결과를 바란다면 유권자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다. 뼈를 깎는 자성과 개혁을 수없이 외쳐 왔지만 부패의 고리는 끊어내지 못했다. 그게 한나라당의 본모습이라면, 그런 부분을 깨끗이 도려내지 못한다면 정말 국민을 위해서도 집권해서는 안 된다.

당 지도부는 이런 잡음이 일어나도 속수무책이다. 유력 대선 주자 중심으로 당이 양분돼 무기력하다. 유력 대선 주자들은 대선 전초전으로 삼아 서로 경쟁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니 선거운동이 될 리가 없다. 지금 당장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높게 나왔다고 대선 승리를 보장받은 게 아니다.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집권 이후의 단꿈만 꾸다가 헛물을 켜지 않았던가. 또 그런 전철을 밟는다는 경고음이 들려오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0 대 40'의 연패 기록을 또다시 갱신했다. 사실상의 집권 여당인데 후보마저 내지 못하고 '비(非)한나라당 연합군'이라는 말로 자기 합리화나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스스로 아무 일도 못하고 다른 당의 선전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정당에 무슨 희망이 남아 있겠는가. 비겁하기 짝이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지역주의가 다시 얼굴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전 충남지사야 도지사 시절 지역에 기여한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남 무안-신안의 김홍업 후보야 순전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은 것 아닌가. 말뚝만 꽂아도 당선되는 지역주의의 부활은 아닌지 걱정이다. 다음 대선마저 비이성적 지역 간 대결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바로잡습니다

4월 26일자 30면 사설, '한나라당에 대한 유권자의 엄중한 경고'에서 "…헛불을 켜지 않았던가"는 "헛물을 켜지 않았던가"의 오기(誤記)이므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