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 저울질에 다시 분주/손 수석 교체… 김·이 후보진영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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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YS예봉 일단제어” 기세 JC진영/“읍천마속일뿐” 의미 축소 YS진영
손주환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전격 경질은 경쟁중인 민자당 대통령후보경선자 2명중 어느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가. 청와대측과 김영삼·이종찬 두후보는 각기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할지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노태우대통령은 6일 정무수석 경질직후 손 수석과 오찬을 나누며 노고를 치하,격려한데 이어 오후 민자당 원로들을 초치한 자리에서 『자유경선 관철을 위해 가장 아끼는 손 수석을 뼈를 깎는 아픔속에 교체했으며 역대 정무수석중 그렇게 열심히 일한 사람이 없었다』고 거듭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손 수석 개인에 대한 애정의 확인인 동시에 민자당대통령후보 경선에 대한 자신의 기본구상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님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손 수석은 그사이 내뜻을 따른 것이었지 김영삼 대표 편을 든게 아니었으나 이 후보측의 교체요청을 수용한다는 취지에서 물러나게 한 것』이라고까지 말했기 때문이다.
결국 노 대통령은 손 수석의 언행이 불공정성으로 비칠,그리고 비친 소지가 있으므로 일단 경질은 하지만 그간 손 수석의 행위는 자신의 뜻이었으며 따라서 후보 각 진영은 변칙대결을 지양,공명정대한 게임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당 원로들에게 참모까지 교체해가면서 명분을 좇았는데도 후보사퇴니 불복이니 하는 딴소리가 나온다면 간과치 않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종찬 후보측은 손 수석의 돌연한 경질에 일단 환영의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것이 이른바 「노심」의 변화징조인지,이 후보의 「중대결심」에 대한 명분 빼앗기용인지에 대한 청와대 의중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후보 진영은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자신들이 여러차례 불공정경선의 조장자로 지목해온 3인중 한 사람을 교체한 것은 외압설을 부분적으로나마 시인한 것으로 김 후보쪽에 줄을 선 일부 민정계 지구당위원장과 「노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당수 대의원들에게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 후보측도 손 수석의 경질이 판세를 역전시키거나 경선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는 보지않고 있다.
또 이것이 김 후보에 기울어진 노 대통령의 심정이 엄정한 관리자로서의 중립위치로 돌아온 증거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란 점도 알고 있다.
다만 이 후보 진영의 거듭된 요구와 장외투쟁의 성과로 손 수석이 경질될 만큼 자신들도 초반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만만찮은 힘을 갖추었다는 것을 과시하는 한편 김 후보측의 예봉을 일단 꺾은 것만으로도 1차적인 목표를 달성했다는 분위기다.
이 후보가 청와대 발표직후 『자유경선원칙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노 대통령의 깊은 뜻』이라고 환영하면서 사족을 달지 않은 것이나 김윤환의원과 최형우 정무1장관에 대한 인책 주장을 계속 밀어붙이지 않은 것은 이러한 만족감과 노 대통령의 심기를 구태여 거스르지 않으려는 조심성의 복합적인 표현이다.
손 수석 경질후 노 대통령이 양진영 인사 및 당원로들에게 경선이 국민을 실망시키는 쪽으로 흐르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피력한 것은 궤도이탈의 선거운동에 대한 경고로도 보여 이 후보측도 마냥 정무수석의 경질을 자기측에 유리하게만 해석할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후보측은 정무수석 경질을 홍보 및 대의원 설득에 최대한 활용해 「바람」을 일으키도록 하는 한편 장외변칙투쟁의 수위조절에도 이를 고려하는 전략을 다시 가다듬는 쪽으로 일단 나가고 있다.
이미 잡혀진 8일의 대전집회 강행여부,합동·정견발표회에 대한 타협모색의 움직임 등도 정무수석 교체에 따른 이 후보측의 부담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쪽으로서는 어쨌든 노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여사와 이 후보의 부인 윤장순여사의 만남에 이어 손 수석의 경질로 대의원들에게 『노 대통령은 아직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고 설득할 호기로 보고 밀어붙일 기세다.
○…김영삼후보 진영은 경선구도를 깨지 않으려는 노 대통령의 「읍참마속」일뿐,「노심」의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라고 일축하면서도 내심 이 후보측이 이를 계기로 기세를 올릴 것에 찜찜해하는 분위기다.
김후보의 신경식 비서실장도 『노 대통령의 마음이 손 수석경질로 바뀌었다고 보면 오해』라면서 『이미 손 전수석이 사전에 자의로 사표를 제출했으며 김 대표도 경질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신경쓰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김 후보 추대위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장외투쟁」→「손수석 경질」로 이어지는 수순이 대의원사이의 김 후보 압승분위기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나타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김현일·김두우·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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