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펑펑 쓰고 국내선 지갑 닫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올 들어 우리나라 국민은 국내에선 지갑을 꼭 닫은 반면 해외에선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돈을 '펑펑'쓴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 소비지출액은 7조3천7백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1백1억원)에 비해 3천6백억원이 증가했다.

해외 소비란 업무상 출장비나 단기 연수비 외에 우리 국민이 외국에 나가 여행하면서 먹고 마시고 물건을 사는 데 쓴 돈이다.

특히 3분기(7~9월) 중 해외 소비는 1년 전보다 17%가 늘어난 3조89억원으로 분기 기준으론 처음 3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올 들어 국내 소비 증가율은 1분기에 0%로 둔화된 뒤 2분기엔 2.5%가 줄어들었고, 3분기엔 2.7%가 줄어드는 등 국내에서의 소비는 계속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국내 소비가 전반적으로 침체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고급 내구재 위주의 명품 소비는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프로젝션TV의 경우 내수 출하량이 1년 전보다 2분기 25.6%, 3분기 68.3% 증가했으며 벽걸이(평판.FPD)TV는 2분기 1백30.7%, 3분기 2백59.9% 등으로 폭증했다. DVD플레이어(2분기 11.8%→3분기 12.9%)와 고급 세탁기(2분기 4.3%→3분기 5.1%) 등도 출하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필요한 해외여행은 해야 하겠지만 골프 관광 등 무분별한 국외 소비지출의 확대는 국내 관련 업종의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중장기적으로 내국인의 해외 관광수요를 국내에서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