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바클레이스은 경영 「쿠데타」(해외경제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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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존 퀸튼행장 “적자” 이유 이사진 주도로 축출
최근 대구은행사태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가운데 「신사의 나라 」 영국에서도 경영부진을 이유로 은행장을 「무자비하게」 몰아낸 일이 벌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영국 최대은행인 바클레이스의 존 퀸튼은행장이 대주주들의 여론을 등에 업은 이사진에 의해 축출됐다.주주총회의결을 남겨놓고 있지만 현은행장의 퇴진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어느나라나 돈을 만지는 금융계는 보수적이라지만 특히 원칙과 절도를 중시하는 영국의 은행가에서 이같은 「선상반란」이 일어난데 대해 현지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바클레이스의 이번 「쿠데타」는 물론 경영부진이 가장 큰 이유지만 쿠데타주역이 오너측 인물임을 감안할 때 족벌과 전문경영인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불황기인데도 외국부동산회사에 거금을 꿔주었다가 막대한 악성부채를 떠안는가 하면 회사운용비용이 급증해 회사의 수익과 자산가치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퀸튼행장은 지난해 캐나다부동산재벌인 올림피아 앤드 요크사에 15억5천만파운드를 대출해 주었다가 부동산경기침체로 그 회사가 진 빚을 떠안는 바람에 세전이익이 5억3천여만파운드나 감소하는 대손실을 보았던 것.또 경쟁은행들의 평균운용비용증가율이 7% 비용상승에 그친데 비해 바클레이스의 경우 14%나 올라 자금난을 더욱 심화시켰다.이에따라 바클레이스의 자산가치는 지난해 7억8천만파운드에서 6억2천만파운드로 감소하고 주가도 지난해 9월보다 30%나 폭락하는 바람에 대주주들의 원성을 사 왔다.게다가 최근 영국축구협회장직을 맡은 「외도」에까지 나서자 은행내부에서 퀸튼행장이 자기일을 게을리한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았었다.
이번에 퀸튼을 몰아내는데 선봉장역할을 한 앤드루 벅스턴 부행장이 오너측 집안인데다 후임자로 확실시돼 오너측이 경영부진을 빌미로 전문경영행장을 차제에 갈아치우고 족벌체제를 구축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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