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내걸었으면 경선답게(사설)

우리가 걱정한대로 민자당의 경선양상이 날로 꾀죄죄해가고 있다. 당초부터 특정인 배제니,외압설이니 하여 작위적인 냄새가 나더니 다시 2차 외압설이라는 것이 나오고,이종찬씨측에선 「불공정」 시정을 요구하며 「중대결심」을 흘리고 있다. 이래 가지고서야 집권당 최초의 경선에 무슨 의미가 있고,이런 경선이 민자당 자신은 물론,정치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우리는 소위 외압설의 진상을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한쪽 주장만 듣고 속단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외부도 아닌 자기당 내부에서,그것도 경선후보의 한쪽 진영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된 이상 이 문제는 반드시 명쾌하게 해명되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다.
이 후보측에서 나오는 주장으로는 대통령측근의 특정인 지원,공권력을 배경으로한 회유·압력 등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며,이에 대해 김영삼후보측에선 불리한 형세를 뒤집기 위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한다.
가령 이런 외압이 사실이라면 외압을 행사하는 노 대통령측이나 김 후보측은 그야말로 단견이 아닐 수 없다. 당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표를 끌어모아 경선의 요식화로 대통령후보가 될 경우 무슨 경쟁력이 있겠는가. 오히려 국민의 조소를 받고 야당의 공격호재로 이용될 것이 뻔하며 당내 반대세력의 이탈이 예견되는 등 「대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보다는 경선결과에 불가측의 여지를 남겨둬야 더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또 이 후보측도 「중도포기」니,「중대결심」이니 하는 말을 앞세우기 보다는 자기들이 파악한 외압의 실체를 제시·규명하고 정면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노력없이 「중대결심」 운운하는 것은 자칫 세불리의 안간힘으로 비칠 소지도 없지 않다.
그리고 과거 야당의 전당대회를 봐도 비당권파에 비해 당권파가 세규합에 용이한 점이 있었고,선거때면 으레 여당프리미엄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후발주자로서,소규모 직계세력의 기반에서 대통령후보가 되자면 그만큼 비상한 노력과 탁월한 경륜을 보여야 하고 많은 어려움,불리한 여건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이 후보측이 주장하는 정책대결문제만 해도 합동연설회에 상대가 응하지 않는다 하여 못할 것이 없다고 본다. 물론 합동연설회는 바람직하지만 자신없는 측이 불응하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게 아니겠는가. 선제해 비전과 정책을 내고 대의원지지를 확대해 나가면 되는 것이지,변설경쟁장이 없다고 정책대결을 못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우리는 민자당 경선과정에서 자해적인 외압설 따위의 말이 나오는 자체를 한심해 하면서 진상규명과 경선국면의 재정돈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