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콜게이트보다 50%나 비싼 'LG 죽염치약' 중국서 대박 터진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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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 1분기, LG생활건강 중국법인은 의미 있는 기록 하나를 만들었다. 2001년 중국에 진출한 '죽염(주옌) 치약'의 판매액이 700만 달러(67억원)를 기록하면서 분기별로는 처음으로 국내 매출(58억원)을 앞지른 것이다.

지난해 1분기 매출(480만 달러)과 비교하면 45%나 늘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나 할까. 첨단 기술 제품도 아니고 판매액이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니지만 이 회사의 치약이 중국인의 치아를 사로잡은 것은 의미가 크다. 현지인의 심리를 꿰뚫는 차별화된 제품 특징과 치밀한 전략 없이는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LG생활건강은 1997년과 99년에 각각 럭키치약과 페리오치약을 내세워 중국 치약시장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브랜드 가치에서 비교할 수 없이 앞선 다국적 생활용품 회사인 P&G(크레스트)와 콜게이트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선점한 시장을 별다른 특장점 없이 30% 정도 싼 가격만 내세워 뚫으려고 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LG생활건강 중국법인장 김재천 상무는 "중국인들이 치약의 품질을 따지면 얼마나 따질까 생각했던 것이 너무 안이했다"고 말했다. 중국 전역에 TV 광고를 방영하며 광고비만 두 제품을 합쳐 250만 달러(약 24억원)를 쓰는 등 초기 비용도 너무 많이 쏟아부었다.

이런 실패를 교훈 삼아 2001년 다시 내놓은 것이 죽염치약. 시장 진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쟁사와의 정면 승부는 피하고, 중상류층 고객을 노린 프리미엄 전략을 택했다. 중국인에게 익숙한 한방(漢方) 컨셉트의 '죽염치약'을 내놓으며, 가격을 경쟁사보다 50% 이상 비싼 10~11위안(1200~1300원 정도)으로 책정했다. 유통 경로도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대도시의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만 공략했다.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근(SARS.사스)이 번지던 2003년에는 "한국인들이 사스에 안 걸리는 이유는 죽염치약 덕분"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출이 껑충 뛰기도 했다. 죽염치약은 현재 다국적 기업과 로컬 브랜드 50여 개가 경쟁하는 베이징 시장에서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죽염치약 브랜드가 인기를 끌자 중국법인이 독자적으로 출시한 제품이 한국에서 뒤이어 나오기도 했다. 2005년 중국에서 개발한 '죽염 원생백'이 미백 기능으로 인기를 끌자 지난해 국내에서도 같은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올해 죽염치약의 매출 목표는 지난해(2500만 달러)보다 30%가량 많은 3300만 달러. 대도시에서 자신을 얻으면서 중소도시로 서서히 판매망도 넓히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탄탄히 자리를 잡은 죽염치약을 이 기회에 한.중 명품 치약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23일 국내에서 선보인 고급 한약 성분의 1만5000원짜리 치약인 '죽염 명약원'(150g)이 이런 시도의 일환이다. LG생활건강 김춘구 상무는 "치열해지고 있는 소비재 시장의 활로는 결국 고급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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