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자고 났는데 음주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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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2일 아침 출근길. 간밤에 마신 술이 덜 깬 사람들이 서울시내 곳곳에서 음주단속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오전 5시45분 서울 마포대교 북단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076%로 면허정지(1백일) 처분을 받은 金모(32)씨는 경찰관에게 "그럴 리가 없다"며 항의했다.

회사 동료와 송년회에서 소주 반병을 마시고 오전 2시에 귀가, 3시간 동안 눈을 붙이고 아침 식사까지 했다는 그는 "이렇게 황당할 수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단속을 벌인 한 경찰관은 "이미 술 기운이 가셨을 것이라고 자신해 음주 측정에 순순히 응했다가 적발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5~7시 2시간 동안 서울 전역에서 적발된 음주 운전자는 96명. 이 중 金씨를 포함해 68명이 면허정지를, 28명은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이날 송년회와 동창회 등 연말의 잦은 술자리에 취기가 덜 가신 상태로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기습적으로 출근길 음주단속을 실시한 것. 적발된 음주 운전자는 대부분 송년 모임 등에서 과음한 뒤 아침 일찍 출근길에 올랐던 직장인들이었다.

적발 건수는 심야 단속에 비해 절반 수준. 교통정체를 우려해 본격 출근시간대 이전에 단속을 벌였기 때문이라는 경찰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도 음주 직후와 마찬가지로 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B클리닉 이승남(48.가정의학) 원장은 "알코올 분해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성인 남성이 소주 한병을 마신다면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면허취소) 정도가 나온다"며 "이 경우 체내에서 알코올이 0.05%(면허정지) 이하까지 분해되려면 최소 8시간이 걸린다"고 충고했다.

경찰은 앞으로도 이른 아침 출근길의 기습 음주단속을 계속할 방침이다.

이철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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