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현대전자 처리 “속앓이”/정부체면­반발여론 사이서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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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제재조치여부 놓고 「상전」눈치만
은행감독원으로부터 「현대전자 대출금 유용건」을 넘겨받은 외환은행이 골머리를 앓고있다. 거래기업의 규정위반에 대한 최종적인 제재조치는 주거래 은행이 취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사안이 이미 알려진대로 당국은 당국대로,현대는 현대대로 자신있게 주장하는 부분이 있어 최종결정을 매우 어렵게 하고있다는 점이다.
외환은행의 이같은 고민은 은행감독원이 현대전자에 어떤 제재조치를 취할 것인지 보고하라고 한 시한(지난 10일)을 1주일 연장한데서 이미 표면화 됐으며,연장된 말미 17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위」의 눈치만 살피며 여전히 같피를 못잡고 있다.
이번 위규를 적발한 은행감독원은 지난 6일 황창기 원장이 발표한대로 「현대전자의 대출금 유용은 명백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외환은행 현대담당 관계자들도 적어도 겉으로는 마찬가지다.
황원장은 정몽헌 현대전자 회장의 선처요청에 대해서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바 있다. 대세는 주력업체취소·유용대출금 회수 등 규정에 따른 제재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전자의 이번 사안은 내용상으로 보면 주식 매각대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악의는 없었다는 것이 감독원 일부를 포함한 금융계의 시각이다. 황원장 자신도 『대출금 유용주장이 일견 형식논리라는 것도 인정하나 대출금의 내용을 일일이 뜯어보며 대출금을 사후관리 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현대에 대한 제재강도는 대출금의 내용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기에는 정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고,강경제재를 취하자니 일부여론과 현대측의 반발이 켕기는 상황이다.
외환은행의 고충도 바로 여기에 있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야말로 현대가 딱부러지게 잘못했다면 「매」를 드는게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실토하기도 한다.
한편 기획원·재무부·상공부 등 관계장관들이 14일 고위층으로부터 현대문제에 대한 철저한 파악·처리를 지시받은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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