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창기배 세계바둑 중국 불참…반쪽 대회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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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는 5월1일 동경에서 열리는 제2회 응창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는 중국의 불참이 확실해짐에 따라 반쪽대회로 치러지게 됐다.
후지쓰배 참석 차 중국선수들을 이끌고 이곳에 온 중국 팀의 한 관계자는 5일『일개인인 대만의 응창기씨가 국가기관인 중국위기협회를 계속 무시해 왔다』고 불만을 터뜨리며『중국기원이 공식적으로 불참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이미 내부에서 합의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단언했다.
문제의 발단은 스폰서 응씨가 이번 대회를 북경에서 열기로 하고 중국프로기사 중 강주구9단(30)·예내위 9단(28)을 중국 측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초청한데서 시작됐다.
강 9단은 89년 천안문사태 후 미국으로 도피(?)한 인물이고 세계 최강의 여류기사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예 9단은 1년 전 취업비자를 받아 일본에 와 회사에 다니고 있다. 강 9단은 귀국 후 체포 위험을 염려해 스스로 참가를 포기했으나 예 9단은 중국정부의 승인이 없는데도 응씨의 지원아래 참가를 결정했다.
이 와중에서 대회 장소는 배경에서 상해로, 다시 동경으로 바뀌고 있다. 애당초 이 대회는 응씨가 새로 도입한 대회규정(초읽기 없이 제한시간 세시간이 지나면 두 집의 페널티를 물리고 30분이 지날 때마다 두 집씩 더 공제하며 1시간30분이 더 지나면 실격) 때문에 현대 룰을 정립해온 일본측이 제일 먼저 반발했었다.
그러나 일본측은 이 대회가 개인초청 성격임을 들어『각자의 선수가 결정할 일』이라며 빠져버렸다.
한국기원은 공식적으로「반대」를 표명했으나 역시 참가여부는 선수에게 맡겼다. 조훈현 9단·서봉수 9단·이창호 5단 등 한국선수 3명은 참가할 예정이다.
진통을 겪은 두 달여 동안 대만 측은 한·중·일 3국에 특사를 보내 계속 설득해왔고 후지쓰배가 열리고 있는 이곳에서도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응씨의 아들 응명호씨도 응씨의 계열회사 사장과 함께 6일 이곳에 도착했다.
그러나 후지쓰배 중국팀 단장으로 이곳에 온 왕여남 9단(중국기원부원장·47)은『중국은 한일과 다르다. 국가정책이 개인행동을 불허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왕 단장은 응씨가 중국을 무시하고 개최지를 마음대로 변경했고, 또 최근 대만의 한 신문에▲예내위는 세계 최강의 야류이므로 참가해야 옳다▲강주구는 비자를 낼 수 없으므로(불법체류 자니까) 컴퓨터대국을 시킨다고 밝힌 것을 상기시키면서 중국위기협회가 이 일로 자존심을 크게 상했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기원의 나가하라(장원방명)상무이사는 일본측이 응씨배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음을 은근히 시사하며 그것은 중국·대만문제라고 말하고 있다.【동경=박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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