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감독들 잘한 선수에 용돈 팍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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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감독이 수훈 선수에게 돈(현금)을 줘요. 성적 잘 받은 자식에게 '기분이다'하며 지갑을 여는 상황과 아주 비슷합니다. 10만 엔(약 78만원) 정도 줄 겁니다."

일본에서 활동한 김성근 SK 감독이 일본 프로 무대에만 있는 '감독상(監督賞) 문화'를 설명한 말이다. 감독상은 비공식적인 격려금이고, 칭찬이 담긴 '용돈'과 같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18일 '일본의 독특한 파이트 머니(fight money) 문화'라며 감독상을 소개했다. 뉴욕 양키스의 일본인 투수 이가와 게이는 IHT와의 인터뷰에서 "한신 타이거스 시절엔 지갑에 현금이 가득했다. 일종의 '기념품'이었다"며 "미국에서는 경기를 잘하면 감독이 수고했다고 악수를 청한다. 왠지 조금 허전하다"고 했다. 그는 "연봉과는 전혀 상관없는 감독상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기분 좋은 돈"이라고 덧붙였다.

김성근 감독은 "모든 감독이 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후원회가 있는 호시노 감독(전 주니치, 현 일본대표 감독)의 지갑은 늘 두툼하다. 후원회는 감독을 위해 1억 엔 정도를 모아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금은 감독의 권위를 높여주는 기능도 한다. 호시노 감독이 거침없이 선수를 야단칠 수 있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투수 오카지마 히데키는 "감독이 현금을 줄 때는 동료가 박수를 쳐준다. 그건 그냥 돈이 아니라 커다란 동기부여이며 성취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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