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싸움 여전한 민주/정순균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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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3대때의 75석에서 97석으로 세를 늘리는 「승리」를 거뒀지만 이런 축제분위기 한켠에서는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나왔던 것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었다. 공천만 좀더 잘했다면 최소한 4∼5석은 더 건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었다. 신민계건 민주계건 계파를 초월한 공통인식이었고 김대중·이기택 두 대표로부터 말단당직자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안타까움이었다.
야권통합당시의 합의사항인 계파지분을 지키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몇몇지역에는 불가피하게 상대적으로 당선가능성이 약하거나 함량미달인 인사가 공천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같은 아쉬움은 예견됐던 것이었고 또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던 잘못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4일 발표된 원내총무와 대변인의 인선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같은 잘못이 고쳐지기는 커녕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번에도 철저하게 지분원칙이 강요되었다. 신민계에서 당3역중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을 차지하고 있으니 당연히 원내총무와 대변인은 민주계 몫이라는 것이 민주계측의 주장이었다. 이것이 그대로 적용되다보니 진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대변인은 두대표의 몇차례에 걸친 구수회의결과 민주계의 장석화 의원으로 간신히 정해졌다. 그러나 결국 총무인선에는 실패해 당분간 대행체제로 가는 파행국면이 불가피하게 됐다. 벌써부터 당 일부에서는 대변인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뒷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14대 국회의 초반부에 당을 대변할 인물로 과연 최적의 적임자인가에 쉽게 수긍하는 표정들이 아니다. 이번에도 역시 아쉬움이 역력하다.
계파를 초월해 인선을 했더라면 좀더 적임자를 맞을 수도 있었고 당내에서 그런 인물들을 쉽게 고를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인 것이다.
4일 오전 김대중 대표가 마련한 조찬기자간담회에 동석했던 한 핵심당직자는 느닷없이 기자들에게 『앞으로는 제발 민주계니 신민계니 편가름을 하지 말아달라』고 이례적인 당부를 했다. 통합후 화학적인 결합과 융화를 이뤄 더이상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당부와 설명에도 불구,민주당내에는 엄연히 계파가 존재하고 이번 인선에서도 보듯 계파간 나눠먹기가 여전하다. 말과 행동이 따로따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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