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억지인하」가 시장교란/콜거래 「연15%」묶여 기능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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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총선때 CD수익률까지 손대
정부당국의 잦은 금리개입이 단기금융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경쟁원리에 의해 잘 움직이던 시장이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단자사 중개어음시장이 당국의 개입이후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가운데 1일에는 콜시장마저 거의 마비상태에 이르렀다. 이날 오후 재무부가 연15% 이상의 콜자금은 중개하지 말라고 단자사들에 지시한 때문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17∼17.2%에서 형성되던 금리를 갑자기 2%포인트나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도록 한 것이다. 단자사 콜거래실장들은 『정부가 도대체 시장을 폐쇄하려는 것이냐』며 반발하면서도 재무부의 지시니 만큼 일단 「자율협의형식」으로 15% 이하의 자금만 중개하기로 했다.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오후장에 자금이 나오지 않아 거래가 거의 중단된 상태에서 금리규제를 안받는 일부 외국은행들만 19%대에 자금을 굴려 재미를 봤다.
평일 4조원을 웃돌던 거래량이 이날은 약 2조7천억원에 그쳤는데 그나마 오전에 거래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정부당국의 무리수가 빚는 부작용은 중개어음시장에서 이미 표면화됐다.
작년 8월 개설된 중개어음시장은 11월21일 1단계 금리자유화조치와 함께 개인들에게도 매입이 허용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여유자금을 제값(실세금리)을 받고 단기로 굴릴 수 있는 중개어음에 부동자금이 몰려들어 기업들의 돈갈증을 해소하고 연초 시중자금사정을 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금리자유화이후 올 1월말까지 두달여동안 거래된 중개어음이 2조3천2백억원에 달했던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중개어음금리가 조금씩 오르는 기미를 보이자 1월중순 당시 연19.3% 안팎에 있던 중개어음금리를 19% 이하로 낮추도록 종용한 이후 2월12일까지 네차례에 걸쳐 2%포인트를 끌어내려 현재 17.5%선에 있다.
당국은 다시 악수로 대응,중개어음의 경쟁력을 찾아준다며 총선을 앞둔 지난달 14일 이번에는 양도성예금증서(CD)의 매각수익률을 16.2%대로 낮추게 했다. 이 결과 CD의 암시장이 생겨나 현재 각 증권사들은 실제로 17.9∼18.1%의 수익률에 CD를 팔고 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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