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 '저리 융자' 마케팅 펼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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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분유회사가 산부인과에 자기 회사 분유를 독점 공급하기 위해 턱없이 싼 이자로 돈을 빌려줬다가 불공정 거래 혐의로 적발됐다. 신생아는 처음 맛본 분유를 퇴원한 뒤에도 계속 찾기 때문에 분유회사가 산부인과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출혈경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1997년 9월~2006년 8월 사이 전국 143개 산부인과에 연평균 3.32% 금리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6.37% 수준이었다. 남양유업은 85개 산부인과에 338억원, 매일유업은 58개 산부인과에 278억원을 각각 빌려줬다. 이처럼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대신 남양유업은 해당 산부인과에 12억5900만원, 매일유업은 11억400만원어치의 분유를 독점 공급했다.

공정위 김성만 독점감시팀장은 "분유를 독점 공급하는 대신 싼 이자로 돈을 빌려준 행위는 금리 차만큼 산부인과 병원에 리베이트를 준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두 회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남양유업에 1억2000만원, 매일유업에 1억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싼 이자로 돈을 빌려준 탓에 남양유업은 39억2100만원, 매일유업은 26억8800억원의 이자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김 팀장은 "분유회사 입장에선 당장은 손해를 보지만 자사 분유에 익숙해진 신생아가 장기 고객이 되기 때문에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일유업의 조사에 따르면 신생아의 46.3%는 병원에서 먹던 분유를 바꾸지 않고 퇴원 후에도 그대로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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