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부재자투표 관리 개선하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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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군부재자 투표제도를 개선해야할 필요성은 이제 절실해졌다. 군부재자투표는 현재 부정시비에 휘말려 있기도 하지만 그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현재의 제도를 그대로 존속시키는 한 국민의 불신과 부정시비는 앞으로도 피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군의 명예와 국민의 신뢰가 결정적인 상처를 입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군은 민주화시대에 있어서 국민과 일체감을 갖는 군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의 공개투표시비는 그간의 그런 노력에 찬 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군이 명예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공개투표의 사실여부를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명백히 가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방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의심을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첫째로 군의 「과거」때문이다. 지난 시대의 군부재자 투표가 반공개적으로 행해졌다는 것은 많은 국민이 경험한 사실이다.
국민이 여전히 의혹을 풀지 못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부재자투표에서의 민자당지지율이 전체 투표에서의 지지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 총유효투표중 민자당 지지율은 38.5%였으나 부재자 투표에선 47%를 기록했다. 군부재자 투표인수가 전체 부재자수의 73.7%인 것을 감안하면 47%란 민자당지지율은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높은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는 지난 광역선거때보다 민자당 지지율이 무려 17.6%나 상승했다. 과연 9개월만에 지지성향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 투표결과를 놓고본 이런 분석이 아니라도 부재자투표가 공개된 개표초반에는 전국적으로 민자당이 압승세로 나갔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의혹을 증폭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런 것들이 「양심선언」에서의 주장대로 군 일부 부대에서 반공개적이고 작위적인 투표가 행해졌다는 명백한 증거는 되지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실여부와는 관계없이 현재로선 많은 국민들이 의혹에 차 있으며 불필요한 시비가 일어나지 않을 제도적 개선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설사 공개투표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군당국이 스스로 제도개선책을 마련하고 선거법의 개정을 요구해 나섰으면 한다. 그것이 군이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 믿는다.
개선방법으로는 영외투표를 하거나 선관위의 주관아래 영내투표를 하는 두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군의 기밀유지 등 군의 사정이 십분 고려되어야 할 것이나 어떤 방법이든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투표사무와 참관 등의 주관은 어디까지나 선관위가 맡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군일부에서도 부재자투표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음을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군이 강조해온 정치적 중립성은 부재자투표제도의 개선을 통해 더 확고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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