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원이면 넉넉해요”/곽한주 기동취재반(총선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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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거자금요. 지금 갖고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각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실탄」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판에,『선거자금은 충분하다』는 광주 동구 황광우 후보(민중당)의 말이다.
그렇다고 황후보가 많은 자금을 확보해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밝힌 자금액수는 4천여만원.
전세방을 줄여 빼낸 돈등 자신이 마련한 돈이 2천만원,당원 70여명의 모금분 약 1천만원,주위친지들이 도와준 돈 1천만원이 전부다.
이는 선관위가 정한 광주 동구 후보 1인당 선거비용한도 1억2천3백만원의 3분의 1에 불과한 액수다.
『실제로 큰 돈 쓸일이 없습니다. 공천을 따기 위해 돈을 싸들고 중앙당을 찾아가지도 않았고,표를 사기 위해 봉투를 돌리지도 않았으니까요.』
황후보측은 사무시 임대보증금 1천2백만원,유인물 제작비 1천5백만원 등이 주요 사용처라고 밝혔다.
『조직유지에도 별 돈이 들지 않습니다. 자원봉사자 50여명이 도와 주고 있는데 사무실에서 제공하는 것은 1천5백원짜리 식사가 전부입니다.』
20∼30대 젊은이들이 대부분인 그의 운동원중에는 휴직계를 내고 사무실에 상근하는 여성근로자도 있고,야간근무를 하며 낮시간에 선거운동을 돕는 간호사도 있다고 한다.
한 운동원은 『시내 곳곳의 후보소개 플래카드는 우리들이 새벽 4시까지 뛰며 직접 단 것』이라고 말한다.
황후보는 자금·조직은 부족하게 없다면서도 시간이 없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한다.
지난 12년간 수배상태에서 노동운동을 해오며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만났으나 이제는 과거와는 달리 폭넓은 대중과 만나야 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황후보의 선거운동방식을 『당선을 염두에 두지 않는 군소정당의 비현실적 아무추어식 운동』이라고 웃어버리는 다른 후보측의 비판은 현실적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선거운동 및 경비운용방식은 평가돼야 할 것이다. 자원봉사자 중심의 돈 안쓰는 그의 선거운동은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선거운동의 방향이기 때문이다.<광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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