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한국신 여중생 지윤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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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5세의 여중생으로 역도 무제한급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한 지윤경은 부모가 없는 고아다. 경산국교 5년 때이던 지난 88년 6월 어머니를 중풍으로 여의고 4일만에 아버지마저 화병(간출혈)으로 숨졌다.
졸지에 고아가 된 6남매는 병약한 조부모품 안에 남게 됐으며 언니 셋은 대부분 중학교를 중퇴, 생업에 뛰어들었다. 지윤경이 체육중학을 택한 것도 학비 및 숙식의 짐을 덜 수 있기 때문. 체육중학에 들어가서도 별다른 특기가 있을 수 없는 윤경이었다. 다만 체격상 육상의 투척종목이 맞을 것 같아 육상을 지망했다. 입학 후 얼마간 포환·창 등을 만지면서 재미를 붙여갈 무렵 지금의 스승인 이광식(31) 교사가 찾아왔다. 『역도가 어떻겠느냐』는 제의였다. 『처음엔 거절했지요. 몸은 뚱뚱했지만 여자가 역도를 해서 무엇하겠느냐』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이 교사의 설득도 집요했다. 이 교사의 간절하고도 정성어린 권유에 바벨로 바꿔 잡은 지윤경은 가난과 고아의, 설움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려는듯 훈련에 전념, 무서운 속도로 기록을 늘려나갔다. 지윤경은 바벨을 잡은지 3개월만에 처녀 출전한 전국봄철연맹전과 전국선수권대회(90년6월) 중등부에서 전 종목을 휩쓸며 역사로서 대성의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이후에도 지윤경은 선천적인 힘과 경량급을 연상케 하는 유연성 및 순발력으로 기록향상을 거듭, 입문2년만에 중학생(1m60cm·83kg) 신분으로 한국여자역도의 정상에 우뚝 서는 쾌거를 이룩했다.
한국여자역도는 선수부족에 기록침체로 고전중이다. 그 중에서도 중량급은 더욱 심각하다. 이런 면에서 지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인 셈. 그러나 윤경이는 「쓰러져 가는」집안걱정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집안 살림이야 경산의 「베 짜는 공장」에 다니는 세 언니(21, 20, 18)가 버는 월급과 삼촌이 조금씩 보태주는 돈으로 어렵게나마 꾸려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80세를 넘긴 조부모의 뒷바라지며 현재 국민학교에 다니는 두 동생들의 앞날에 대한 불안으로 운동에만 전념키 어려운게 현실이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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